죄송청문회
죄송청문회
  • 남경훈 기자
  • 승인 2010.08.25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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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남경훈 편집부국장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를 끝으로 8.8 개각에 따른 국회 인사청문회가 26일 막을 내린다.

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병역 기피, 부적절한 금전거래, 국적 문제, 논문 표절 등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쏟아졌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기존에 제기된 의혹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수준에 그쳤고, 여당 의원들은 후보자 감싸기에만 급급하는 모습도 보였다. 또 후보자들은 불성실한 답변태도로 일관하며 핵심을 비켜갔고, 그나마 기대를 걸었던 주요 증인들은 대거 불참하며 인사청문회의 한계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언으로 특히 관심을 모았던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실체적 진실규명엔 실패한 채 반복되는 사과와 답변, 모르쇠로 일관하며 빈축을 샀다.

정권실세로 불리는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싱겁게 끝났다. 관심을 모았던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로비의혹의 경우 이 후보자가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한다고 부인하면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고, 허위학력 의혹 역시 당시의 시대상황으로 정리되고 말았다.

이에 앞서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과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별 성과없이 끝났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수만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이 핵심쟁점으로 부각된 가운데 경남도지사 시절 재산 급증과 부인의 뇌물수수, 세금탈루 등 각종 의혹들이 잇따라 제기됐다. 이에 맞서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는 부인의 뇌물수수 의혹을 제기하는 이용섭 민주당 의원에게 "이 소식을 듣고 제 부인이 밤새도록 울며 잠을 자지 못했다. 이 의원도 가족을 사랑하지 않느냐"며 "이 의원이 제 부인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할 정도였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도 5차례의 위장전입을 비롯해 오피스텔 양도소득세 회피, 경기도 양평 임야투기, 부인의 위장취업 등 백화점식 의혹으로 야당의 파상공세가 이어졌다.

이에 신 후보자는 딸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 아버지의 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위장전입을 해야 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장관이 되기 위해 덧?의 아픈 사생활을 온 국민에게 말한 비정한 아버지"라며 반발할 정도였다.

불거진 의혹들마다 이처럼 감정에 호소하거나 '죄송하다' , '잘못됐다' , '부덕의 소치다'라는 말 한마디로 적당히 사과하고 넘어가 버렸다.

청문회 하루만 버티면 된다는 식으로 비쳐졌다. 청문회가 기존에 거론된 의혹들만 반복하며, 큰 소득없이 끝나자 회의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야당이 예고했던 철저하고, 치열한 인사검증은 사실상 공언(空言)으로 끝났고, 결국 장관 후보자들의 자질과 능력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지명권자인 대통령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

상황이 이렇자 여당 일각에선 "결정타가 나오지 않아 낙마 후보자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말이다.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들과 사과한 불법사항만으로도 낙마 사유는 충분하다. 문제 있는 인사는 이쯤되면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런 결단조차 없다면 마지막 도덕성까지 포기하는 것으로 간주될 것이기 때문이다.

MB정부는 이제 막 집권 반환점을 돌았다. 이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는 '공정한 사회'로 가야 한다고 했다.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권의 도덕적 흠결부터 최소화해야 한다. 불거진 의혹이 죄송하다며 피해가기보다는 실체를 파악하고, 그에 따른 확실한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 청문회가 단순한 통과의례가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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