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와 대중지성의 시대
선거와 대중지성의 시대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7.29 22: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정규호 <문화콘텐츠 플래너>

'민주주의는 다수결의를 원칙으로 한다'는 논제는 상식의 차원을 뛰어 넘는 확고한 진리이다.

선거는 이러한 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라 시민대중을 대표하는 인물을 가려내는 대표적 행태이다.

6.2 전국동시지방선거 이후 정확히 56일 만에 치러진 7.28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끝났다. 6.2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의 당선무효라는 변수가 생길지는 모르겠으나, 앞으로 2012년 총선까지는 당분간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선거는 없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불과 두 달도 채 안 되는 기간 사이에 벌어진 선거를 통해 나타난 민심은 참으로 변화무쌍하다는 점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으로 상징되는 우리나라 대표정당은 그야말로 폭염과 장마가 순식간에 교차되는 요즘 날씨처럼 극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6.2 전국동시지방선거의 결과를 놓고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이니, 4대강과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국민의 확고한 반대의사 등을 언급했던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큰 상처를 입었다.

반면에 한나라당은 소위 '왕의 남자'와 'MB의 경제대변인'은 물론이거니와 당초 조심스러운 전망과는 달리 8곳의 보궐선거 지역에서 5곳을 승리함으로써 득의양양한 표정을 감추기 어려운 듯하다.

이에 따라 이미 각 언론은 7.28 보궐선거의 결과에 대한 평가와 분석을 앞 다퉈 내놓으며 향후 정국과 민심의 재단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개인적 입장을 먼저 말하면 나는 이러한 정치적 판단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러나 불과 두 달도 채 안 된 사이에 민심이 이토록 급변한 것으로 나타난 7.28 보궐선거의 결과는 우리 사회의 현재 상황을 이해하기 위한 바로미터가 되기에는 충분하다.

우리는 그동안 대중의 우매함과 대중지식의 빈곤함, 또는 대중의 무조건적인 휩쓸림 등의 현상을 예로 들면서 다수의 결정을 폄하해 왔다.

정치권은 특히 그 정도가 심해서 야권 단일화를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여기거나, 이미 한 차례 홍역을 앓은 바 있는 인물에 대해서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는 대중의 우매함을 이유로 버젓이 대표로 내세우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같은 정치권의 판단은 번번히 빗나가게 마련이고, 또 뒤늦게 깨닫는다 해도 이미 대중은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 고요한 수면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지금 대중의 소통속도는 음속을 뛰어넘는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월드 와이드 웹의 인터넷 시대는 이미 스마트 폰을 통한 트위터나 블로그 등을 통해 메시지의 전달 속도와 대상이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금 대중은 (정치인을 포함한) 대중스타에 대해 일방적으로 열광하는 수동적인 스타덤의 시대를 초월해 스스로 대중문화를 만들어 가는 팬덤의 시대를 마음껏 구가하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광장을 뒤덮었던 붉은 악마의 기세는 대중이 만들어 가는 새로운 월드컵의 사회적 현상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런 붉은 악마가 2010월드컵에 이르러 그 기세가 상당히 누그러들었다.

그렇다고 붉은 악마가 사라진 것은 절대로 아니다. 붉은 악마는 국가대표팀 경기가 벌어질 때마다 대한민국 대중의 일환으로 이미 용해되고 있다. 말 그대로 붉은 악마 따로, 대중 따로 식의 이분법적 구분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축구경기에서는 승자와 패자의 구별이 뚜렷하다. 선거 역시 당선자와 낙선자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승패의 갈림길에는 항상 대중이 있고, 그 대중은 그 과정에 간여할 뿐 결과에 연연하지 않은 채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대부분 돌아간다.

그러나 그런 대중의 일상에는 예전과는 확연히 다른 대중지성이 숨어 있으니, 언제나 심판은 계속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