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는 완장에 집착하지 말아야
프로는 완장에 집착하지 말아야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7.26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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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찬의 세상읽기
박병찬 <충남대 국방연구소 선임연구원>
요즘 일부 지방의회를 보면 가관이다. '감투, 즉 완장한번 차보겠다'고 무분별 날뛰는 등 작태가 그렇다. 다수당이 됐다고 감투를 독식하고, 소수당과 전문성에 대한 배려는 보이지 않는다. 대화나 타협도 없다. 오직 쪽수만 있을 뿐이다. 소수당도 별반 다르지 않다. 다수당의 감투 독식 및 전문성 미고려 등 이유로 등원을 거부하고 있다. 보여주는 행태가 모두다 '오십보백보'로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라는 얘기다.

주민을 대신하는 의원은 희생과 봉사의 표상이 돼야 한다. 본질을 망각한 채 직(職)을 권력의 상징이나 도구쯤으로 여기고  악용하는 경우가 없어야 한다. 자신은 물론 지역민을 위해서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윤흥길의 소설 '완장' 속의 주인공 종술의 행태를 한 번쯤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그는 건달로 지내며 늘 무시 받고 천대받던 존재다. 그러던 어느 날 저수지 관리인이 되어 완장을 차게 된다. 그때부터 우쭐대다가 안하무인의 경지에까지 이르게 된다. 주인까지도 우습게 보는 형국이 됐다. 결국은 관리인 자리에서 쫓겨나 고향까지 떠나야 하는 신세가 된다. 완장을 채워준 주인의 의도와 완장의 의미를 망각하고 날뛴 결과다.

요즘 일부 지방의원들이 보여주고 있는 이런저런 이기적 행태는 종술의 모습을 연상케 하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초장부터 의원의 본분과 지역민의 의도를 망각하고 밥그릇 챙기기에 광분하는 모습이 특히 그렇다. 완장을 채워준 주인이 누구인지? 완장 찬 의원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완장 빼앗긴 의원의 신세는 어떤 모습일지? 생각은 해 보고 하는 행동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의원은 완장만 빼앗기면 아무런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존재다. 그림자는 본질을 떠나 존재할 수 없다. 머슴의 역할을 벗어나는 순간 존재의 의미도 없어진다는 얘기다. 무분별 날뛰다가 자칫 소설 속의 '종술'처럼 비참하게 모든 것을 빼앗기고 쫓겨날 수도 있다. 민생 챙기기 등 기본임무 수행에는 관심이 없고 감투의 단맛에만 관심을 보이는 의원이 돼서는 안되는 이유다.

소설 속의 진짜 권력자인 저수지 주인 최 사장은 완장을 차지 않았다. 의원들의 주인인 지역민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늘 지켜보고 있다. 하시라도 완장을 벗길 수 있는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말이다. 최 사장처럼….

의원은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라 '희생과 봉사'의 자리다. 의원들이 초지일관 핵심가치로 삼아야 할 덕목이 아닌가 한다. 아울러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경험 있는 의원을 존중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의장, 위원장 등 감투보다 의원 본연의 역할에 더욱 충실하는 마음과 자세가 필요하다. 감투의 달콤함에 지나치게 집착해서는 안 된다.  또 다른 유혹을 유발 시키는 원인으로 도중하차는 물론 영어(囹圄)의 신세가 될 수 있는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멀리 끝을 보고 가야 한다. 임기만료 시 어떤 사람으로 평가받고 싶은지 생각하고 행동하는 의원이 돼야 한다.  감투에 연연하지 않고, 가장 낮은 자세로, 앞이 아니라 뒤에서, 남이 '하지 않는 일·하기 싫어하는 일·할 수 없는 일'을 찾아 노련하게 해결하는 의원이 돼야 한다. 유권자들에게 또다시 간택(簡擇)되고 싶다면 더욱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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