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석에게도 배울 게 있다?
강용석에게도 배울 게 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7.22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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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一筆
사람 팔자 한순간이라는 말이 절로 떠올려지는 사건이다. 강용석이 처음 국회의원배지를 달자마자 얻은 정치적 이미지는 차세대 재목이었다. 그가 총선에서 당선될 때만 해도 39세의 창창한 나이에, 정치인으로서 갖춰야 할 조건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경기고등학교, 서울대 법대, 미국 하버드대 법과대학원, 대학 3년에 사법시험 합격, 아시아인 최초로 하버드대 로스쿨 학생대표, 변호사 등등. 아무리 날고 기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여의도라지만 이른바 이만한 '스펙'을 갖추기란 결코 쉽지 않다.

알 만한 사람들은 강용석하면 정치인보다는 오히려 대기업을 향해 거침없는 쓴소리를 퍼부어대는 시민운동가, '투사'의 모습으로 더 기억하고 있다. 그가 2001년 삼성전자 주총에서 이건희 일가의 족벌체제를 난타하는 모습은 지금까지도 눈에 선하다. 사실 대기업의 소액주주 운동을 촉발시켜 체계화시킨 주인공이 강용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에 입문하기 전 참여연대와 연을 맺고 이런 전문분야의 시민운동을 의욕적으로 벌일 때만 해도 그는 싹수 있고 근성있는 지식인이었다. 그의 직설화법은 시원하면서도 통쾌하기까지 했다

이랬던 그가 졸지에 여성의 외모와 몸매에나 탐닉하는 아주 파렴치한으로 추락했다. 그가 여대생들에게 했다는 말들,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입에서 그런 저질스러운 단어들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믿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이번 일을 통해 이런 생각을 한번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강용석이 너무 편하게 정치의 양지를 누렸고, 이 때문에 세상조차 안일하게 보려는 내성을 갖추지는 않았을까 하는 추론 말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성장기의 가정환경은 불우했지만 워낙 뛰어난 수재였기에 자연스럽게 선민(選民)의 유전인자를 키워 왔을 법도 하다. 그러다가 비록 17대 총선에선 고배를 마셨지만 18대에선 한나라당 바람을 타고 30대의 나이로 여의도에 입성한다. 그러니 너무 일찍 올라 선 것이 오히려 전도가 양양한 한 정치인을 패가망신시켰다는 아쉬움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쉽게 배운 도둑질은 그 끝도 빠르다고 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손쉽게 그리고 편의적으로 정치판을 노크하려는 사람들이나 또 실제 그런 식으로 정치에 입신한 사람들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돈과 백이 든든한 부모의 후광을 업고 정치욕심을 부리는 자, 혹은 바람에 힘입어 엉겁결에 당선증을 받아드는 사람들은 늘 불안하다. 그들의 공통적인 아킬레스건은 정치인이라는 신분에 가해지는 사회적 역할과 책임감을 소화해 내기엔 아직 삶의 내공이 미천하다는 것이다.

꼭 이런 맥락은 아니겠지만 이미 충주시의 한 지방의원은 본인의 첫 의정활동(?)을 음주와 뺑소니 그리고 운전자 바꿔치기로 장식하지 않았는가.

이번 파문에서 우리는 또 한 가지 삶의 철학을 깨우치게 된다. 세상살이의 연(緣)이 얼마나 필연적이고 질긴가를, 그리고 이 때문에도 살아가면서 초심을 잃으면 안 된다는 교훈을 다시 한 번 새기게 된다.

강용석은 18대 총선에서 현역인 민주당 정청래를 1000여표차로 물리치고 간신히 당선돼 당시에도 화제가 됐다. 한데 그때 소장파의 참신함으로 각인됐던 정청래를 집요하게 괴롭힌 건 소위 '강한 남자' 사건이었다.

문광위 소속이던 정청래가 문화일보의 인기 연재소설 '강한 남자'의 선정성을 문제삼은 것에 대해 이 신문은 모 초등학교 행사장에서 정청래가 교장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는 기사를 써 매도했다. 결국 나중에 허위로 밝혀진 이 기사로 인해 정청래는 표를 깎아 먹게 됐고 이에 편승한 강용석은 그야말로 가까스로 신승을 거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강용석이 역으로 성문제에 대한 선정적인 언사로 곤경에 처하게 됐으니 아이러니컬 하지 않은가. 뿐만 아니라 한때 삼성의 저격수였던 강용석의 이번 설화(舌禍)를 첫 보도한 신문이 중앙일보라는 데에선 세상 섭리가 참으로 묘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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