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의 소리
기쁨의 소리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7.19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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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최현성 <용암동산교회 담임목사>

새벽에 교회를 가려고 현관문을 나서면 제일 먼저 마음에 와 닿는 소리가 새들의 지저귐입니다. 새벽공기를 가르고 청아하고 다정하게 들려오는 소리입니다. 아직 때 묻지 않은 하늘을 가르는 순수함의 소리입니다. 여러 마리가 어울려 내는 어울림의 소리입니다. 육신은 졸리지만 마음은 새소리를 들으며 힘을 얻고 새로워지는 느낌을 갖습니다.

어둠을 사라져가게 하며 사물의 윤곽들이 어렴풋하게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조용히 다가오고 있는 새벽시간에 새들의 소리는 그 모든 것들을 다 포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들의 지저귐 속에 날이 밝아 오고 있고, 그 밝아지는 소리에 사람들이 즐겁게 하나됨을 깨닫게 됩니다.

성경에 "공중의 새를 보라.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모아 들이지도 아니하되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기르시나니…"(마태복음 6장 26절)라고 했는데 새들의 소리가 마치 그런 하나님의 놀라운 은총을 소리 높여 찬양하는 소리로 들려집니다. 때로 피리 소리 같고, 휘파람 소리 같고, 구슬 소리 같고, 떨리는 노래 소리 같은 각양 각색의 소리가 더 멋있게 부르려는 의기양양한 독창이 되고, 혹은 열광적인 합주가 되어 하늘 높이 울리는 광경입니다.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들었거나 기계적인 소리가 아니라 자연이 우리들에게 주는 기쁨의 소리입니다.

지난주에 야외에 나가 자연과 접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때로 무작정 야외로 나가 자연과 하나 되는 경험은 삶 속에 많은 활력소가 되기도 하고, 깨달음을 갖게도 해 줍니다. 사람의 발길이 뜸한 계곡의 물을 바라보면 흐르는 물소리가 청아합니다. 티 없이 맑게 흐르는 물이 모든 이들의 마음이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그 물속에 발을 담그고 눈에 나타나는 현상들을 바라보며 그들과 이런 저런 마음을 주고 받으며 신선이 따로 없음을 느낍니다.

근원이 있기에 흘러내리는 작은 물줄기가 솟아남을 생각하고 모든 것의 근원인 하나님을 그려봅니다. 이것도 자연이 주는 기쁨의 소리입니다.

어항을 물속에 넣고 몰려드는 고기의 모습을 보며 미련한 인간의 모습도 그려봅니다. 앵두, 자두, 살구, 산딸기 등을 따서 입 안에 가득 넣어보고 자연 그대로의 맛에 흠뻑 취해봅니다. 산과 들과 숲과 물, 그 안에 깔려 있는 나무와 풀과 들꽃, 모래와 이끼, 매미소리, 소쩍새소리, 꿩소리, 풀벌레 소리와 어울려 시름을 잊게 합니다. 이것도 자연이 주는 기쁨의 소리입니다.

이름 모를 들꽃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들꽃은 야생화(들꽃) 혹은 야생초(들풀)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무심코 지나치면 눈에 띄지도 않는 풀이지만 사랑의 마음으로 살펴보면 강한 생명력과 소박한 얼굴로 다가오는 들꽃(들풀)을 그 모습 그대로 지켜보는 우리의 마음이 맑고 깨끗해짐을 느낍니다.

파란색, 흰색, 노란색, 빨강색, 분홍색, 보라색…. 우리나라 들꽃은 색깔이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하고 은은해서 볼수록 보리밥과 된장국처럼 구수하고 깊은 맛이 배어 있습니다.

이슬에 살짝 젖은 청초한 들꽃은 하루 종일 싱그러운 기운을 느끼게 해 줍니다. 들꽃은 밟히면 밟힐수록 되살아나는 속성이 있습니다. 스스로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피워낸 꽃이라서 들꽃은 더욱 싱그럽게 가슴 깊이 다가오는 것일 것입니다.

무심코 지나쳐버릴 조그마한 사건들 속에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나는 정말로 남에게 기쁨을 주는 사람인가', '나는 정말로 남의 마음을 평안하게 해 주는 사람인가?'

살아가면서 눈을 뜨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평안을 안겨주고, 기쁨을 줄 수 있는 소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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