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경청
소통과 경청
  • 안병권 기자
  • 승인 2010.07.14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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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안병권 부국장 (당진)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주 대통령실장 인선에 앞서 청와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는 국민과의 소통과 미래준비, 서민체감 정책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기존 대통령 실장과 정책실장 아래 8수석 체제는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국정기획 수석을 폐지하고 시민사회를 담당할 사회통합 수석과 미래성장을 견인할 미래전략 기획관을 신설했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국민소통 비서관을 선임으로 시민사회 비서관과 민원관리 비서관으로 구성된 사회통합 수석실의 신설이다. 그동안 지적됐던 소통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포석으로 국민과 시민·사회단체와의 소통을 확대하고 사회 통합업무를 주도하게 된다.

소통이란 의사소통을 말한다. 최근 소통의 리더십이 화두로 부각되면서 그 시작점인 '경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민선 5기를 맞은 각 지자체장들도 소통과 경청을 경쟁적으로 키워드로 삼고 현장행정에 접목해 주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시간을 다투는 경쟁과 초스피드 시대에 상대방의 말을 귀 기울여 듣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리더가 직위가 낮은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의사소통과 함께 경청의 가치가 살아나고 있다.

장자(莊子)의 달생편(達生篇)에 나오는 목계(木鷄)고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닭싸움 구경을 좋아하던 주나라 임금 선왕에게 투계 한 마리가 생기자 '기성자'라는 당대 제일의 투계 조련사를 찾아가 최고의 투계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는 데서 시작된다. 선왕은 기성자에게 닭이 싸우기에 충분한지를 열흘 간격으로 세 번에 걸쳐 물었으나 아직 부족하다는 기성자의 답변을 기다린 끝에 네 번만에 닭이 싸우기에 충분하며 비로소 닭이 완전한 덕을 갖추어가고 있다는 답변을 받아낸다. 목계는 '나무로 깎은 닭'이지만 그 뜻은 '최고의 경지에 이르러 무엇에도 흔들림이 없는 상태'를 이른다. 상대가 아무리 물어 뜯으려 해도 나무로 깎아 만든 닭처럼 초연하게 대처하라는 교훈을 담고 있다.

이 고사를 통해 장인의 의견을 경청하고 기회를 부여한 선왕의 리더십과 성과를 위해 지속적인 몰입을 보여준 장인의 덕이 주목받고 있다. 고 이병철 전 삼성 회장은 자신의 집 거실에 목계를 걸어놓고 자신의 마음을 경계한 것으로 유명하다.

목계라는 의미와 함께, 경청에서 경(傾:기울어질 경)의 의미도 되새겨야 한다. 귀에 들리는 대로 듣는 것이 아니라, 몸을 상대방에게 기울여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주의깊게 듣는 일은 말하는 것보다 3배 이상의 에너지가 필요하고, 주의해서 들어도 24초를 초과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경청의 방법은 상대방의 생각을 받아들여 공감하고, 상대를 완전한 인격체로 인정하고,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기 위한 말을 절제하며, 상대를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겸손한 마음을 갖는 것이라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대인 관계가 좋은 사람이나 성공한 이들은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습관을 공통점으로 갖고 있다.

'경영의 신'이라고 불리는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성공 요인은 겸손의 철학이었다. 그가 남긴 경영의 교훈은 '리더십은 웅변보다 경청에서 나온다'고 강조한다.

경청이야말로 인간관계의 첫 단계라 할 만하다.

제대로 된 경청은 상대방을 존중하고 자신의 귀한 동반자로 인식할 때 효과가 나타난다.

신뢰의 형성없이 소통과 경청은 없다. 겉치레의 소통과 경청은 결국 겉치레 결과물을 낳는다는 평범한 진리가 이를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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