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관사
도지사관사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7.13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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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강태재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개방된 도지사관사를 가보니 건물의 규모나 상태는 기대한 것보다 못한 반면 잘 가꿔진 수목과 쾌적한 공기 등 환경은 매우 훌륭하였다. 청남대 개방 때처럼 건물내부를 보여주었으면 더 좋았으련만… 유리창 너머로 들여다 보면서 취임 즉시 약속을 지켰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각났다. 역대 대통령들이 청남대 개방 공약을 하고도 당선 후에는 흐지부지해 버렸지만 노 대통령 취임 즉시 돌려주었다. 당시 이원종 지사께서 좋아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하지만 지금 청남대는 세금 먹는 하마가 되어 골치 아픈 존재가 되어 있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런데, 도지사 관사는 어떻게 될까. 미술관? 보육시설?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고 하니 어떤 용도로든지 결론이 나겠지만, 가급적 누구든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으며,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도지사 관사로 출입이 제한되었었기에 이처럼 좋은 환경이 유지될 수 있었겠지만, 도지사 혼자 독점하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언젠가 문인협회가 문학공원을 조성하자는 논의가 나왔을 때, 필자는 충북도 자매지역인 일본 야마나시현 문학관을 사례로 들면서, 도지사 관사가 문학공원으로서 적지이며 공관건물은 문학관으로 사용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낸 적이 있다. 도지사께서 허락해 준다면 청주시내에서 가장 크고 좋은 아파트를 관사로 마련해 드리는 데 대해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가당치도 않다는 곱잖은 시선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세월이 약이더라고, 이런 날이 오고 말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난데없이 호화판 논란이 벌어졌다니 무슨 소린가. 재산평가액만으로도 32억3천800만원으로 부지 9천512㎡, 건축물 3동 756㎡에다가 여러 명의 관리인까지 있는 관사를 주민에게 내어주고 47평짜리 신축 아파트로 옮기는 데 대한 논란이다. 관사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은 수도, 전기료만 연간 1천800여만 원, 인건비(청경 4명)와 수리영선비를 포함할 경우 1년에 1억원을 웃도는 예산이 지출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월 관리비 30~40만원인 1억5천만원짜리 전세아파트가 과연 호화판인가.

호화판이라는 기준을 어디에 두고 하는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2002년 대선 당시 호화판 논쟁이 생각났다. "114평짜리 호화 빌라 3개 층에서 아들부부, 딸 부부, 본인 부부 등이 서민과는 전혀 다른 별천지 생활을 해 온 사람이 거짓으로 임대아파트 투어를 한다면서 서민흉내를 낸다고 해서 서민이 될 수 없다."는 새천년민주당의 공격에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의 정책투어의 주제는 '서민주택문제'인데, 행사의 사실관계나 취지조차 모른 채 무턱대고 흠집 내려고 중상모략을 하다니 어이가 없다."는 한나라당의 반박이 있었다.

뉴스를 보니, 충북도의회의 다툼에 대해 여야 모두 신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감정을 드러내는 치졸한 언쟁보다는 정권교체기에 나타날 수 있는 도정 노선의 변화와 공약에 대한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졌어야 옳았다.

예컨대 이 지사의 균형발전정책에 의한 자치연수원과 농업기술원 이전 공약에 대해 해당 기관에서 반대의견을 제시했는데, 매우 타당성이 있는 논리를 제시했다. 균형발전정책은 매우 중요하지만 세금을 낭비하면서까지 당장 이전해야 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됐다. 이런 문제를 두고 의회가 치열하게 논쟁을 벌였다면 비판을 받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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