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일 수 있는 한 연구 계속 하고파"
"움직일 수 있는 한 연구 계속 하고파"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0.07.12 2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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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 대모' 박병선 박사와의 점심데이트
"다시 청주를 찾으니 거리도, 사람도 새로워요. 건강을 기원해준 많은 청주시민들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청주를 다시 찾게 되었습니다."

직지의 대모 박병선 박사(사진)가 암 수술 후 병상을 털고 지난 11일 청주를 찾았다.

백발이 성성한 짧은 머리와 앙상한 손가락, 자그마한 체구를 지팡이에 의지했지만, 어느 때보다 청주를 찾은 기쁨은 남달라 보였다. 들릴 듯 말듯 "다시 오게 될 줄 몰랐다"는 짤막한 말이 입가에서 흘러나왔다.

"병원에 있을 때도 암인 줄 몰랐어요. 수술 후 이틀이 지나서 알게 되었는데, 미리 알았으면 아프다고 꾀병이라도 부렸을 텐데 말예요.(웃음) 그때 청주 시민들이 보내준 성원이 병상에서 일어나는 데 큰 힘이 되었어요.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직지의 대모에게 쏟아진 청주시민들의 사랑과 온정이 혼자 살아온 박 박사에게 얼마나 큰 마음의 선물이었는지가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느껴졌다.

참 고우시다고 말씀드리자 "수술하고 나서 온몸에 검은 점들이 생겼다 사라지는 중"이라며 "고운 나이는 아니지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조근조근 말하다가도 농을 건네시며 환하게 웃는 모습에선 큰 수술을 했다고 믿기지 않을 만큼 건강해 보였다.

"수술 후 퇴원해 용인 지인의 집에 머물고 있어요. 통원치료도 받고,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식사 조절과 운동량을 조금씩 늘리고 있습니다. 몸이 좀 더 나아지면 8월경에 프랑스로 돌아갈 생각입니다."

이번 청주 방문도 박 박사 스스로 몸 상태를 체크하면서 장거리 여행을 대비하기 위한 것도 목적이다.

움직일 수 있으면 프랑스로 날아가 연구작업을 마무리하고 싶은 게 박 박사의 소망이다.

주변에선 프랑스행을 말리고 있지만 돌아가야 할 곳이란 박사의 생각을 바꿀 수 없었다.

"프랑스에서 작업하던 것 중에는 일제강점기때의 한국에 관한 기록과 한국에서 외국으로 넘어간 도자기류와 고서들이 많아요. 이것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사하기 어려운 것들이죠. 살아있을 때 한국에 관한 자료와 기록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또렷하게 자신의 생각과 해야 할 일을 들려주는 박 박사.

병상에서도 놓지 않았던 이 소망들은 그녀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어주고 있는 듯했다.

여든을 훌쩍 넘기고, 수술을 한 뒤임에도 인터뷰 내내 흐트러짐 없이 자신을 건사하는 모습에서 강한 정신력으로 버텨온 박 박사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박병선 박사는 프랑스국립도서관에 근무하면서 1972년 '직지'가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이라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리는 등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단초를 제공했다.

박 박사는 오는 15일까지 청주에 머물며 격려와 성원을 보내준 충청북도와 청주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인 등을 방문해 감사의 마음을 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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