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보선(補選)과 오만한 민주당 공천
충주 보선(補選)과 오만한 민주당 공천
  • 남경훈 기자
  • 승인 2010.07.12 2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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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남경훈 편집부국장

1. 2004년 4월 15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후폭풍' 속에 치러진 17대 총선 당시 42살의 정치 초년생이었던 김종률 전 의원은 고향인 '진천 음성 괴산 증평'에 열린우리당 공천을 받았다. 선거일 32일 전이었다.

당시 그곳 선거구는 정우택 전 충북지사가 3선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전국적으로 불어닥친 탄핵 후폭풍에도 정 전 지사만은 건재할 것이란 여론이 개표 직전까지의 대세였다.

그러나 "다른 곳은 몰라도 중부 4군만은"이란 수식어가 따라붙었던 정우택 의원 역시 탄핵 후폭풍을 비켜가지 못했다. 이후 김종률 의원은 사실상 선거운동 15일만에 금배지를 달았던 행운아라고 군민들 사이에 회자(膾炙)됐다.

2. 2009년 10월 28일 역시 같은 선거구에서 김 전 의원의 법정구속으로 치러지게 된 보궐선거에는 민주당 정범구 전 의원이 갑작스럽게 공천장을 받았다. 선거일을 28일 앞두고였다.

음성에서 출생했지만 어릴 적 고향을 떠났고 정치기반도 수도권이었다. 그는 2008년 18대 4.9 총선의 최대 관심지역 중 한 곳인 서울 중구에서 한나라당 나경원 전 대변인과 자유선진당 신은경 전 앵커와 맞붙어 낙선했다. 이후 절치부심 지역구 관리에 남다른 열정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당의 명령()에 의해 보궐선거 출마에 나섰다. 짧은 선거운동기간 소지역주의가 판세를 지배하는 중부 4군의 특성과 한나라당에 대한 정권 심판론이 겯들여지면서 압승을 거뒀다.

3. 2010년 7월 28일은 이시종 충북지사로 인해 충주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실시되는 날이다.

민주당은 12일 충주 현지에서 중앙당 최고의원회를 열고 정기영 세종시원안사수위원장을 공천자로 결정했다. 후보등록일을 하루 앞두고, 선거일 보름전 공천자가 결정된 것이다.

이전 중부 4군의 후보 결정보다 늦어도 한참은 늦어졌다.

공천시기가 후보를 판단하는 객관적 기준은 될 수 없지만 해도 너무한다는 소리가 나올만도 하다.

이렇다보니 충북의 국회의원 선거는 '한 달이면 충분하다'에서 이제는 '보름이면 된다'는 식인지 되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난다.

이 같은 민주당의 후보 결정 뒤에는 그 지역 유권자들을 무시하고 얕보는 의도가 숨어 있다.

더욱이 이번 충주 보선은 공천자 결정과정까지 진통을 거듭하면서 뒷맛이 개운치 않다는 데 있다. 당 지도부가 홍재형 국회부의장 등 충북지역 국회의원들이 추천한 박상규 예비후보에 대한 공천요구를 접고 내린 결정이다.

이 모든 문제는 다음 달 열리는 전당대회 때문으로 분석된다. 당내 역학구도상 충주를 놓고 패권싸움이 벌어졌다는 말도 나온다. 그동안 충북에서 있었던 선거마다 승리에 도취돼 오만(傲慢)한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민주당의 공천과정을 지켜보면서 "무엇이 되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이 떠오른다. 김 전 대통령은 국가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야당 정치인 시절부터 실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우선 순위야 어떻건 대통령이 되겠다는 '무엇'과 함께 '어떻게'도 있었다.

정치인에게 '무엇'이 되기 위한 야망이 없다면 시체나 다름없다. 하지만 무엇이 되는 데만 몰두하다 보면 왜 그것이 되려는지를 잊어버릴 수 있다.

유권자들은 국회의원이라는 '무엇'이 되기 위해 출마했다는 것은 다 안다. 그러나 국회의원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알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절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후보가 어떻게 우리지역을 대변하고, 살찌울지 판단하기는 더욱 힘들다. 그래서 '보름전 공천'은 충주시민들을 무시해도 한참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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