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방자전'의 상상력
영화 '방자전'의 상상력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7.08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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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정규호 <문화콘텐츠 플래너>

'춘향전'은 한글을 깨치지 못한 사람들조차 그 내용을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고전이다.

전라도 남원 고을을 배경으로, 이 고을 사또의 귀한 자제 이몽룡과 기생 월매의 딸 성춘향의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이야기를 엮고 있는 소설 '춘향전'은 이를 바탕으로 시대를 초월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춘향전'의 서사구조나 플롯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로미오와 줄리엣'등 수많은 사랑이야기의 고전에는 어김없이 나타나는 이야기의 틀을 유지하고 있다. 첫눈에 반해 운명적으로 서로 이끌리며 서로를 탐닉하는 청춘남녀의 풋풋한 사랑이 그저 아무런 갈등과 반전 없이 평범하게 제대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고 가정해보자. 그럴 경우 그 이야기는 제대로의 힘을 갖지 못한 채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자리 잡지 못하게 되면서 고전적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신분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근본적인 갈등요소의 내포는 '춘향전'이라는 이야기의 시작부터 독자들의 관심을 집중하게 만드는 핵심요소가 되고 있다.

이어서 '변학도'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위기의 순간이 민중에게는 절대악일 수밖에 없는 탐관오리의 모습으로 표현되면서 독자들의 공감대는 한층 커지게 되는 것이다.

대개의 고전이 그렇듯 '춘향전'은 이처럼 잘 짜여 진 플롯을 통해 완성도를 높여가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이런 연유로 '춘향전'은 당당하게 우리 문학에서 고전의 반열에 자리하고 있으며, 학부생들의 졸업논문까지 망라한다면 아마도 가장 많은 연구대상이 되고 있지 않을까 한다.

요즘 한창 개봉중인 영화 '방자전'은 이런 '춘향전'의 고전적인 자리를 감히 넘보는 독특한 상상의 세계를 구현함으로써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춘향전을 범하다.'라는 다분히 말초적인 홍보 카피를 내세우고 있는 영화 '방자전'은 '음란서생'이라는 작품을 통해 고전소설의 가치를 재해석함으로써 주목을 받은 바 있는 김대우가 각본과 감독을 함께 맡은 작품이다.

과감한 상상이라고 자처한 김 감독의 표현대로 영화 '방자전'은 춘향전의 기본 구도를 순식간에 뒤집는다. 이몽룡과 성춘향의 사랑이 아니라 춘향에게 한눈에 반한 몽룡의 몸종 방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반전의 상상력을 발휘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런 가정을 전제로 발휘된 김대우의 '방자전'은 출세지향적이면서도 방자와의 사랑에 연연하는 춘향의 이중적인 인간상을 그리려 했다는 의도를 쉽게 노출시킨다.

그리고 역시 뛰어넘을 수 없는 한계인 신분의 차이와 몽룡의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드러내며 새로운 갈등구조를 노리고 있다는 점마저도 일단은 긍정적인 상상력의 힘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김대우는 첫 작품인 영화 '음란서생'에서 드러냈듯이 방각본소설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문화콘텐츠 기획자로의 자신감을 줄곧 시도하고 있다.

'방자전'역시 방자를 내레이터로 삼아 역시 방각본 소설 집필자에게 구술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영화속 주인공 방자와 춘향은 절대 세력에 대항할 수 없는 존재적 가치를 '남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음'과 '지렁이같은 존재이니 기는 힘이라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처연함으로 민중을 자극한다.

고전의 재해석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상상력을 펼치려는 시도는 좋다.

그러나 이를 성공적인 이야기로 완성하기 위해서는 영화 속 몽룡이 말 그대로 억지로 짜낸 이야기여서는 곤란하다. 다만 고전을 문화원형으로 삼아 새로운 이야기로 탈바꿈하려는 시도는 계속되어야만 콘텐츠의 영역은 더욱 넓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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