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 공론화가 필요하다
학생인권조례 공론화가 필요하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7.07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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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오창근 <칼럼니스트·도담학원장>

진보적 이념을 가진 교육감이 6.2 지방선거를 통해 다수가 당선되었다.

그로 인해 수면 아래에 있던 '학생인권조례'가 다시금 교육계의 커다란 화두로 대두하고 있다.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과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추진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6일 발표한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6.2%가 조례 제정에 반대했다. 찬성은 17.4%에 그쳤다. 이 조사는 교총이 지난해 12월 비(非)교총 회원을 포함해 전국 초·중·고 교원 4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다. 반대이유는 생활지도의 어려움과 교권과 학생인권에 모두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가 크다. 무엇보다 학생들 자체가 인권의식이 부족하다는 답변도 나왔다.

이번 학생인권조례에서 주장하는 학생의 권리는 크게 학교폭력에서 안전할 권리, 상담복지를 제공받을 권리, 의사결정 참여를 보장받을 권리를 들 수 있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찬성하는 측은 권리와 자유를 바탕으로 한 학생들의 자율적인 규제를 기대하고 있다. 교육의 장인 학교에서부터 인권존중이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다 반대의견이 강하게 제시되고 있는 집회·결사의 자유의 조항에 관해서는, '교육목적상 필요한 경우' 집회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행해질 수 있고, 또 그것이 헌법과 국제인권기준에 의해 만인에 보장된 권리라는 점을 강조한다.

반대하는 측은 교사단체와 학부모단체가 주를 이룬다. 이들은 두발·복장 자유, 휴대전화 소지 허용 등의 반교육적 조항들이 교권의 추락과 학업 성취도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야간학습·보충수업 선택권과 같은 조항에 관해서는 학부모들이 특히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학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교육을 조장할 뿐이라는 의견에서이다. "학생 인권 신장에만 일방적으로 초점을 맞추지 말고 그에 상응하는 자율에 따른 책임이나 준법정신을 함께 키우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는 지적도 있다. 또한, 가장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집회·결사의 자유권에 관해서는, 의사결정이 완전치 못한 미성년 학생들의 집회 및 결사 자유 보장이 외부세력, 특히 정치인들에게 악용당할 위험성이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의견의 바탕에는 학생들 스스로 자신을 통제할 능력이 부족하고 일부 학생들의 질서의식과 준법의식이 미성숙하여 조례의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없다는 우려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조례가 제정되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부정적인 측면만 가지고 깊이 있는 토론을 거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학생인권조례제정을 통해 학생인권에 대한 논의를 발전시켜 나가는 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시민과 학생 모두에게 인권의 사회적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는 좋은 풍토가 조성될 수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학생의 인권에 대해 소홀히 해왔다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성적향상을 통한 명문대 진학이라는 굴레 속에서 자신의 권리를 깨닫지 못하고 수시로 바뀌는 입시제도에 매몰되어 자각의 노력이 부족했다.

교권은 학생을 통제하고 억압한다고 해서 그 권위가 세워지는 것이 아니다. 학생을 통제의 대상으로만 여겼던 어른들의 사고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아야 한다. 불필요한 통제가 학생과 교사 사이를 멀게 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민주시민으로서 인권의 중요성과 더불어 책임의식을 강조하는 교육도 마땅히 병행해야 한다. 일각의 우려처럼 무분별한 인권의 강조는 오히려 교권의 무시와 무책임한 행동을 합리화하는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인간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를 학교라는 장을 통해 미리 체험하므로 성인이 되었을 때도 스스로 권리를 행사하는 책임 의식을 견지할 수 있다.

성인이 되었다고 해서 갑자기 민주시민의 자질이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시행 전부터 교사의 권위가 실추되고 교육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반대만 하지 말고 공론화하여 우리 사회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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