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교 참사 또 발생할 수 있다.
인천대교 참사 또 발생할 수 있다.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0.07.07 2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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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 (천안)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은 단 2개, 시내버스와 개인택시.

천안역에서 밤에 온양온천에 가려는데 어떤 차를 타고 가는 게 더 빠를까.

10년 전쯤 경험한 일인데 놀랍게도 시내버스였다. 말 그대로 총알버스였다. 버스가 할 수 있는 '능력'을 다 보여줬다. 신호위반, 과속, 급브레이크, 정차장 건너뛰기 등등. 평소 30여 분 걸릴 거리를 단 20분도 안 돼 온양온천역에 도착했다. 오히려 며칠 뒤 탄 택시는 정확하게 신호를 지키면서 안전운전을 한 탓()인지 20분이 넘은 시간에 도착했다. 시내버스 탔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끔찍하다. 앞좌석에 있는 손잡이를 승차시간 내내 꽉 잡고 있어야 했다. 급커브를 할 때면 몸 전체가 원심력 때문에 쏠려 버스 내부 바닥에 나뒹굴지나 않을까 손잡이에 온몸을 지탱해야 한다.

뜬금없이 꺼낸 얘기가 아니다. 지난 3월 인천대교 고속버스 참사가 새삼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사고 당시 고속버스는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았다. 이게 참사로 이어진 가장 큰 이유다. 부실한 가드레일과 마티즈를 고속도로 한복판에 세워둔 이른바 '김여사'의 엄청난 실수도 여러 원인 중 하나이긴 하겠지만, 안전거리 미확보가 결국 13명의 인명을 앗아가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부상에서 어느 정도 회복된 사고버스 기사 정모씨가 경찰 조사에 응해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빨리 (목적지에) 가서 쉬고 싶은 마음에 앞서가던 화물트럭과의 안전거리를 유지하지 않다가 사고를 냈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정씨는 톨게이트 하이패스 부스를 시속 70~80km로 통과한 뒤 바로 앞의 화물트럭을 따라갔다. 앞차와의 거리를 불과 5~6m만 유지한 채 사고 지점에서 갑자기 정차해 있던 마티즈를 화물트럭이 피하자 미처 돌발상황에 대처하지 못한 채 난간 아래로 추락했다.

그럼 이 모든 원인이 버스기사 정씨만의 책임일까. 부실한 가드레일과 마티즈의 탓으로 돌려야 할까. 업계를 떠나 우리는 이번 사고를 늘 발생할 수 있는 예견된 사고의 하나로 보고 있다. 고속도로 상의 버스나 대형 화물 트럭의 난폭 운전은 오래전부터 도를 넘어섰다. 이번 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앞차와의 안전거리 미확보'는 다반사로 벌어졌다. 1차선에서 3차선 사이를 순식간에 곡예 운전하듯 추월하고, 규정 속도를 지키며 주행하는 승용차 뒤에 불과 2~3m 가까이 붙어 경적을 울리며 위협하는 대형 차량들의 횡포는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다.

사고 버스만 탓할 일이 아니다. 고속버스나 시외버스, 시내버스는 물론 화물트럭까지 업주는 영업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차량의 회전율을 높인다. 실제 시내버스 회사들은 교통신호를 지키고 안전하게 운행하려면 왕복 3시간이 걸리는 배차시간을 30분 이상씩 줄여 빡빡하게 정해놓는다. 앞서 천안~온양 간 시내버스의 난폭운전도 황금 노선에 최대한 많은 차량을 투입하려는 버스회사의 이해가 작용한 탓이다. 그래서 경찰에서 밝힌 '빨리 가서 쉬고 싶어 안전거리를 지키지 않았다'는 정씨의 진술을 우리는 믿지 않는다. 지난 3월 강원 삼척에서 시외버스가 도로 아래 낭떠러지로 추락해 19명의 사상자를 냈다. 당시 버스 기사는 부산에서 속초까지 7시간 거리를 주행하고 나서 곧바로 또다시 왕복 3시간이 넘는 거리인 속초~강릉 노선에 투입될 예정이었다. 버스 기사를 압박하는 무리한 배차 관행이 없어지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인천대교 참사가 불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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