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특구 지정의 허상
경제특구 지정의 허상
  • 안병권 기자
  • 승인 2010.07.0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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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안병권 부국장 (당진)

경제자유구역은 대한민국의 21세기 경제자유도시로서, 일정한 구역을 지정해 경제활동상의 예외를 허용해주며 따로 혜택을 부여해주는 경제특별구역을 말한다. 지난 2003년 인천을 시작으로 2008년 황해, 새만금, 대구경북 특구까지 전국에 8곳의 경제특구가 지정돼 있다.

경제특구 지정 이듬해인 2004년 당시 전윤철 감사원장은 경제자유구역 추진사업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역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채 경쟁적으로 물류, 첨단, 관광산업을 유치함으로써 예산의 중복투자 등을 우려했다.

이에 대해 언론에서는 '중복 투자가 되거나 과당경쟁이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면 처음부터 경제특구로 지정하지 말았어야 옳았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6년이 지난 현재 경제특구가 뚜렷한 실적없이 표류하고 있다. 2008년 지정된 황해경제특구도 마찬가지다. 충남 당진 송악·서산 지곡·아산 인주, 경기 포승·향남지구로 묶여진 황해특구 중 가장 먼저 사업시행자를 선정한 송악지구 사업자인 당진테크노폴리스가 지난달 28일 사업 중단을 주민대책위에 통보했다. 사업 중단 사유는 간단하다. '사업성이 없다'는 것이다.

대신 법인은 유지하면서 제반 여건이 좋아지면 사업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지역 주민과 황해청의 입장을 존중한다지만 이는 립서비스에 불과할 뿐 진정성이 퇴색, 설득력은 높지 않아 보인다.

송악지구는 당초 오는 2012년까지 1단계 개발 완료할 계획이었으나 올해부터 지역에서는 규모 축소 등 각종 설이 난무하면서 주민들의 시각은 회의적으로 돌아섰다. 그간 주민대책위는 당진테크노폴리스의 대주주인 한화, 황해청, 당진군을 상대로 집회와 면담을 통해 일괄보상 약속 등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신뢰와 공정성이 없다며 지구지정 철회를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 이번 사업시행자의 사업중단 발표를 두고 대책위는 주민을 상대로 시간벌기에 나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즉 해당 주민의 고사작전이라는 것이다. 재산권 등을 묶어놓은 상황에서 제풀에 지쳐 백기 투항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의중을 비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더 이상 시간끌기는 안 된다. 사업자는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일반 산단조성보다도 심한 규제(녹지 보전 등)의 완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경자법(경제자유구역법)이 개정되면 녹지 규제가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업성에 우선하는 기업이지만 일방통행은 곤란하다. 주민이 원해서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닌 까닭에 주민이 발끈하는 이유다. 사업성이 없다면 철수하는 게 마땅하다. 지역과 주민을 상대로 누가 봐도 훤히 보이는 꼼수를 부리면 안 된다. 사업시행자인 한화그룹은 충청권에 연고를 두고 있다. 기업 이미지에 걸맞은 선택을 해야 한다. 최초에 사업 참여를 당당하게 한 것처럼 최종 선택도 떳떳하게 할 필요가 있다. 주민들은 사업자가 쉽사리 사업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여러 채널을 통해 '경제특구 지정 철회'와 '사업자 철회 요청'에 나서기로 하는 등 행동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철환 당진군수도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주민에게 득이 없는 경제특구 지정 철회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황해경제청도 지구 사업자 재선정 등 다각도로 대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특구지정 철회 문제는 황해청이 취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충남도의 조속한 입장 표명만이 사업 중단 파장에 따른 매듭을 풀 수 있다. 꼬인 매듭을 푸는 것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지역과 주민 피해를 양산하는 경제특구 지정의 허상을 거울로 삼아야 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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