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한 문화정책이 필요하다
선명한 문화정책이 필요하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0.07.04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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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지민 문화교육부장

지난주 충북도 문화계에선 작은 파란이 있었다. '충북의 공연분야 창작작품지원 사업은 변경되어야 한다'는 충북민예총의 성명서 발표 때문이다. 이 성명서는 자치단체장의 이·취임식 보도에 묻혀 일반인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진행된 충북도 문화정책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내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지는 2009년과 2010년에 충북도가 시행하고 있는 '공연분야 창작작품지원'사업에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었다. 충북민예총은 현재의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업 진행과 주관처 선정 및 사전 회의의 절차와 내용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또 사업 취지를 살리기 위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2010년 '공연분야 창작작품지원'을 중단하고 장르적 불균형을 해소하는 '지정공모 창작지원사업'으로 바꾸어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우수한 창작공연 팀을 선발해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민의 입장에서야 좋은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 사업제도를 변경하는 요구이니 굳이 토달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성명서가 발표되기까지의 배경을 살펴보면 그리 간단한 것도 아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공연분야 창작작품지원'사업은 2009년 급조된 문화정책에 의해서 탄생됐다. 당시 정우택 도지사는 문화선진도 충북을 선포하며 '충북도립예술단' 창립을 공약했다. 이에 음악과 무용, 연극, 국악 등의 4개 공연단체들은 예술단 구성에 참여하기 위해 사활을 건 행보를 보였다. 도는 창단과 관련한 잡음을 제거하기 위해 공청회를 몇 차례 열었지만 단체별 분분한 이야기로 예술단 창립이 난관에 부딪혔다.

이때 중재안으로 나온 게 바로 '공연분야 창작작품지원'사업이다. 도립예술단을 음악 장르로 하되, 제외된 3개 공연단체에 각각 3억~4억원의 지원사업을 3년간 지원하겠다는 합의 안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 합의 안에 3개 공연단체가 수긍하면서 음악 장르의 도립예술단 창단이 가사화됐다. 결국 정 지사는 현재의 체임버 오케스트라격인 도립예술단을 창단하며 3개 공연단체에 새로 급조한 문화사업 지원금을 쥐어줌으로써 논란을 무마한 것이다.

그렇게 잡음을 포장한 채 지난해 5월 충북도립예술단이 탄생되었고, 대의적 합의라는 명분 속에 공연단체를 위한 '공연분야 창작작품지원'사업도 진행됐다. 그러나 태생적 문제점을 안고 출발한 도 문화정책 사업은 시행 2년도 안 돼 '성명서'를 통해 또 다른 갈등으로 표출되었다.

이번 성명서는 사업 시행에 따른 내부적 갈등 해결이 주를 이루지만 도 문화정책의 근본적 문제점을 그대로 노출한 사례다. 3개 공연단체에 연간 10억원에 가까운 사업비가 지급되는 일이니 단체 간 투명성 요구는 당연한 지적이다. 하나, 공정성과 분배로 돌출된 모든 갈등의 고리가 선명치 못한 도립예술단 창단에 따른 여파임을 부인할 수 없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절차와 원칙이 무시되고서는 올곧게 펼쳐지기는 어렵다. 더구나 임기 중 성과식의 사업이라면 그 의미마저 퇴색하기 쉽다. 선명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그 어떤 것도 도민의 공감대를 얻을 수 없다.

성명서의 주장처럼 "예술단체의 이익과 독점이라는 자본주의적 관점과 양비론적 단체갈등의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을 경계"한다. 이번 일이 예술인들의 갈등으로만 비쳐지기보다는 도 문화정책이 새로운 민선 5기에선 선명성으로 선회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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