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9단' 다운 정치를 기대하며
'정치9단' 다운 정치를 기대하며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0.06.28 22: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권혁두 편집부국장

얼마전 이용희 국회의원과 김영만 옥천군수 당선자가 민망한 해프닝을 빚으며 구설에 올랐다. 발단은 선거 직후 김 당선자가 한 지역신문과 인터뷰하며 꺼낸 발언이었다.

인터뷰 내용을 보도된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자유선진당, 즉 이용희 국회의원이라는 틀 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 "존경은 하되, 절대 그런 일은 없다. 국회의원이 만능박사도 아니고, 그분이 5선 의원이라 정치적으로 훌륭하실지 모르지만, 자세한 행정은 모르는 것이 많을 수 있다. 그분 역량이나 정치적인 능력은 존경하되 휘둘리는 행정을 펴지는 않겠다."

앞으로 군수 직을 수행할 당선자의 소신을 묻는 질문이었고, 김 당선자는 모범답안을 내놓았다. 다만 대답이 워낙 똑 부러지다 보니 오해를 불러올 소지가 생겼다. 순전히 개인적인 통박이지만, 이런 오해 말이다. "뭐 내가 행정을 모른다고, 휘둘리지 않겠다고, 그래 너 혼자 잘해봐라." 이 의원이 자신의 사무실에 '김영만 출입금지'라는 팻말을 내걸라고 지시한 데는 공천은 물론 당선까지 밀어준 자신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직설적 발언에 대한 반감이 작용했을 것이다.

기겁을 한 김 당선자가 사죄하러 군계를 넘어 보은군의 행사장까지 찾아갔으나 외면당했고, 한쪽은 쫓아다니고 한쪽은 기피하는 숨바꼭질이 한동안 이어졌다고 한다.

지금은 두 사람의 관계가 정상을 회복한 상태이지만, 그간의 줄다리기 과정을 지켜본 군민들은 실소를 금치 못하고 있다.

김 당선자는 정치 입문 30년 만에 처음 당선을 맛본 사람이다. 감격과 의욕이 앞서다보니 에두르거나 두루뭉술해야 하는 정치적 수사를 몰랐을 것이다. 이런 점은 조용히 불러서 가르치면 될 일이다.

잔뜩 겁을 주고 진을 빼며 다스리는 것은 시대착오적이고, 무엇보다 유권자는 안중에도 없는 오만으로 비쳐질 수 있다. 김 당선자 역시 이 의원과 마찬가지로 민심의 선택을 받은 선량이다. 그를 뽑아준 유권자들 위에 자신의 권위를 올려놓은 행위는 정치9단의 평가를 받는 그답지 않다.

또 하나 이 의원이 겸허해야 하는 이유는 숱한 악재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는 점이다.

공천한 현역 단체장들이 줄줄이 구속되며 최악의 위기를 맞았으나 그는 천부적 정치력과 뚝심으로 살아났다. 살아난 정도가 아니라 이전의 아성을 난공불락의 철옹성으로 재구축했다.

지난 선거에 이어 3군 단체장을 석권하고, 도의원 선거에서도 영동서 한 석만 놓쳤을 뿐 압승을 거뒀다. 3군의 군의회도 한나라당에서 선진당 우위로 역전됐고, 비례대표도 3군 모두 종전 한나라당에서 선진당으로 교체됐다. 이용희 공화국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반 한나라당 바람, 세종시 문제, 민주당과의 공조 등 여러 각도에서 승인들이 거론됐지만 예상을 뒤엎은 압승의 1차적 요인으로 그의 조직과 정치력을 꼽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렇더라도 군의원에서 단체장까지 지역구 정치판을 싹쓸이한 것은 부동층의 지지 등 적지않은 부차적 요인이 따랐기 때문에 가능했다. 결과에 오만할 것이 아니라 그 의미를 곱씹어야 하는 이유다.

많은 사람들이 이 의원이 명예롭게 정치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마지막으로 힘을 실어준 선거였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렇다면 군수 당선자 길들이기에 나서며 세 과시에 나선 이 의원의 최근 행보는 민심을 거스른 것이다.

다가올 총선과 조직 장악도 중요하지만 유권자의 성원에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를 더 고민해야 할 때라는 얘기다. 휘둘리지 않겠다는 호언이 구두선에 그치고 만 김 당선자 역시 성찰이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