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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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4.28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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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픔과 졸음을 이기는 시간, 0교시라는 것이 있다.

1교시 전에 시작하니까 0교시라는 것이다.

그럼 -1교시, -2교시도 수학적으로는 가능하다.

실제로 대한민국엔 없지 않아 있다.

보충수업이라는 것이 있다.

정규수업 다 끝나고 부족한 것을 보충한다는 것이다.

학교 1등이든 전국 1등이든 부족한 점이 없을 수 없으므로 무조건 해야한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모든 학생이 보충수업을 받아야 한다.

야자라는 것도 있다.

열대수목이 아니다.

야간자율학습의 준말로 표현과는 달리 강제라고 강변하는 이들도 있다.

자율적인 자기주도적 학습을 모욕하는 것이다.

또 심야특별보충수업도 있다.

소위 상위권 학생을 대상으로 하늘(SKY)대학에 도전하는 애들을 특별히 가르친다.

심야 비전(秘傳 또는 VISION)의 고급교육인 셈이다.

이들 특별반은 대개 고상한 천체(天體)가 뿜어내는 빛을 따서 이름을 붙인다.

수능이라는 것도 있다.

불능도 아니고 수능인데, 원래 뜻은 큰배움터에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는 시험이란다.

이 수능을 위해서 인삼도 산삼도 아닌 고삼(高3)인 이들은 밤낮주야로 공부를 한다.

공부 짬짬이 시험인지, 시험 짬짬이 공부인지 모르나 수능모의고사라는 시험도 본다.

연습시험인 것이다.

국가기관 시행도 있고 시·도교육청이라는 데서 무리지어 치르는 연합모의고사도 있고, 돈벌자는 회사에서 시행하는, 아무리 나라에서 금지해도 굳이 보아야한다는 사설모의고사라는 것도 있다.

많을 땐 한 달에 사나흘을 시험만 본다.

부단한 시험연습, 수능관문 통과하네, 치르고 또 치르면 못 치를리 없건마는 없애라 고삼이 시험지옥을 외치는 이 그 누군고. 여하튼 이러한 입시공부가 창의력을, 자기주도력을, 비판적 사고력을 얼마나 기를지, 대학이란 데서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지는 정말이지 아무도 모른다.

공부라는 말은 원래 중국말인데, 쿵푸라는 것이 그것이란다.

‘몸 튼튼 마음 튼튼’으로 인격수양을 하는 것이란다.

20시간 육박하게 의자를 깔고 앉아 안광(眼光)을 빛내며 인내심을 도야하니 이 아니 쿵푸런가. 학생들이 공부라 하면 보통 ‘모르는 것을 안다’, ‘머릿속에 지식을 집어 넣는다’는 뜻이니, 바야흐로 지식산업 시대에 공부는 그득그득 해야 한다.

또한 이 공부는 일본말로는 쿠후우라고 하는데, 궁리 연구라는 뜻이란다.

그렇지. 미래를 위해 궁리하고 연구해야지. 그러니까 교과서, 참고서, 문제집만 봐. 좋은 일류대학 가야지. 부와 권력의 피라미드, 그 상층에 들어갈 궁리해야지. 꿈이니 사랑이니 우정이니 정의니 자유니 뭐니 그 딴 것들이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어?대망의 21세기가 밝은지 오래된 오늘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학교라는 교육공장에는 환하게 불을 밝힌 채 학습기계들이 평화롭고 거룩하게 공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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