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것은 가까이에 있다
소중한 것은 가까이에 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6.22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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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찬의 세상읽기
박병찬 <충남대 국방연구소 선임연구원>

얼마 전 옥천군 안남에 있는 둔주봉(384m)을 다녀왔다. 어린 시절 추억을 아련히 떠오르게 하는 고향땅에 있음에도 한 번 올라 보지 못한 아쉬움이 많았던 곳이다. 주변경관이 신비롭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음에도 말이다. 타 지역 명소는 늘 동경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다니곤 했으면서도 정작 코앞에 있는 우리지역 명소는 경시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 아닌가 싶다.

하여 작정하고 몇몇 지인들과 함께 다녀왔는데, 주변 절경이 또 다른 새로움으로 각인되기에 충분했다고 본다. 등산로 입구에서 안내도를 보니 왕복 3.2km정도로 쉬엄쉬엄 주변 경관을 보며 걸어도 한 시간 반 정도면 충분한 거리인 듯했다. 올라보니 실제로 특별한 준비 없이 하시라도 편안하게 다녀오기에 적당한 코스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황토로 잘 정리된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 보니 솔향기 물씬 풍기는 소나무 숲이 우리의 마음을 끌어 당겼다. 고만고만한 대나무처럼 곧게 자란 소나무들은 다른 곳에서 보지 못한 색다른 볼거리로 대화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20여분쯤 오르다 보니 둔주봉(275m) 팔각정에 도착했다. 등산로 입구에서 0.8km거리에 위치한 아담한 정자였다. 많은 등산객들이 정자에서 내려다보이는 주변 절경을 카메라에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우리 일행도 말로만 듣던 한반도를 뒤집어 놓은 듯한 지형을 눈으로 직접 보면서 경이로움을 느꼈다. 강원도 영월 선암마을에서나 볼 수 있는 한반도를 닮은 지형을 연상케 하기에 충분한 지형이었다.

산을 오르내리며 많은 등산객들을 만났는데 대부분 외지 사람들이었다. 대구, 대전, 청주에서 왔다는 이들은 대부분 등산 또는 사진 동호인들로 보였다. 대부분 매스컴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알고 온 듯했다. 모두가 만족해하는 표정이었다. 특히 둔주봉 팔각정에서 내려다보이는 한반도를 닮은 지형은 이들의 큰 관심사였다.

이처럼 옥천의 명소가 된 둔주봉도 과거에는 좀 과장해서 하늘만 빼꼼한 산골의 잘 알려지지 않은 그저 그런 봉우리 중 하나였다. 80년대 초 대청댐이 완공된 후 낚시·사진·등산 동호인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주변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한다.

대청댐은 주변의 많은 사유지를 수자원보호구역, 상수원보호구역 등 특별규제지역으로 만들어 지역민의 원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지역에서 성장한 많은 사람들의 옛 추억거리를 빼앗아 가기도 했다.

어릴 적 물장구치며 멱 감고 뛰어 놀던 강변의 추억과 강바닥 자갈까지 선명하게 보이던 금강여울의 투명한 모습을 먼 기억 속으로 사라지게 했다.

하지만 긍정적인 면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주변을 청정지역으로 만들었고, 신비로움과 아름다운 풍광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물안개 피어오르는 아침은 마음의 고요함을 느끼게 하고, 안개 걷히며 살짝 모습을 드러내는 산과 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함을 주기도 한다.

해질 무렵 찾아오는 황금빛 저녁노을은 소 몰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게 한다. 한마디로 우리 주변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명소가 있었나? 새삼 느끼게 할 정도로 말이다.

아련한 옛 추억을 회상하며 다녀온 둔주봉 등산은 '우리가 늘 갈망하며 찾는 소중한 것은 주변 가까이에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곱씹어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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