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면-현장칼럼
5면-현장칼럼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03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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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내가 살던 동네엔 ‘까투리’, ‘넙죽이’이란 별명을 가진 형제가 있었다.

이 형제는 하도 억척스러워서 구슬치기며 딱지치기에선 늘 승자가 되곤 했다.

나 같은 ‘허허 실실’이는 아버지 주머닛돈을 몰래 가져다가 새구슬을 사서 이들 형제에게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늘 결과는 같았다.

이 형제는 할머니와 같이 살았다.

이 형제의 어머니, 아버지를 나는 보지 못했다.

당연히 이들 할머니와 두 형제의 살림살이는 늘상 궁핍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가을 벼베기가 끝나면 아무것도 없는 들녘에서 이삭을 주웠다.

어려운 살림살이에 두 손자에게 밥이라도 먹일라치니 할머니는 너무나 억척스러웠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두 형제가 구슬치기를 잘 한건, 손재주가 아니라 억척스럽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흘러, 요즘 들녘에서 이삭을 줍는 풍경은 더 이상 볼수가 없다.

넘쳐나는게 쌀이고, 거져 준다고 해도 제대로 거들떠도 안보는게 쌀이니, 굳이 이삭을 누가 주을리가 없다.

그런데 아직 이삭줍는 풍경을 감상할 수가 있다.

딱 한군데가 있는데, 열린우리당이다.

얼마전 도내의 한 군에서 한나라당 군수후보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고 두명이 떨어졌는데, 열린우리당은 이 두명을 대상으로 해서 경선을 한다고 한단다.

어디 이뿐이랴. 그 군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도내 대부분의 지역에서 우리당은 과거 한나라당에서 물을 먹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삭줍기에 열심이다.

우리당이 인기가 없으니, 사람이 꼬일리 없다는 것은 다 알지만, 그렇다고 이런 우리당의 모습을 생활력의 재발견이나 억척스러움이라고 하기엔 영 뒷맛이 개운치 않다.

그래도 도내 8명의 지역구 국회의원에다 1명의 비례대표까지 싹슬이한 집권여당이 아니던가. 뒤에서는 이삭줍기 하면서 한나라당에겐 “차떼기당, 없어져야 할 정당” 등 온갖 공격을 퍼붓는 용기 있는 우리당이 아니던가.나는 오늘 사실 열린우리당을 비판할 용기가 없다.

정말로 잘 보이고 싶다.

왜냐면 우리당 9명의 의원에게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이유는 하이닉스 매그나칩 하청조합원들의 문제다.

집권여당의 9명의 의원이 한목소리를 낸다면 과연 이문제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일까.열린우리당은 이삭을 주워선 안된다.

가지고 있는 거대한 힘으로 새싹을 틔우고 수확을 기쁨을 누려야 한다.

그래서 부탁한다.

지역 최대 현안인 하이닉스 사태에 “우리당 아홉명 의원님을 힘을 보여주세요.” 가지고 있는 힘을 지역을 위해서 씨를 뿌리고 수확의 기쁨을 도민에게 나눠준다면, 더 이상 이삭줍는 수고는 없어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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