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헤쳐진 강허리엔 낯선 모래 사막만…
파헤쳐진 강허리엔 낯선 모래 사막만…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0.06.10 2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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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 충북 4대강 현장을 가다
금강수공지구 - 동면 습지형 섬들 파괴… 사라지는 철새도래지
공주지구 - 장마대비 가물막이 철거… '혈세먹는 공룡' 실감
금강보 - 공산성 아랫부분 침수예고… 건설사 "문제없다"
부여보 - 움푹패인 강바닥 육중한 시멘트 구조물들 가득


4대강 사업이 새로운 분기점을 맞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일과 8일 충청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4대강 사업 현장을 찾았다. 청원군 부강천에서 공주와 부여로 이어지는 금강의 물줄기는 은빛 옷고름을 풀어놓은 듯 유유히 흐르고 있었지만, 포클레인에 파헤쳐진 강 허리는 뚝뚝 잘려나간 채 허연 모래 사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 금강 수공지구

금강 사업의 첫 방문지인 금강 수공지구는 나루터로 명성을 지녔던 부강천이 끝나는 지점부터 공사가 시작되었다.

30도가 넘는 한낮에도 현장에는 포클레인과 덤프트럭이 연방 도리질을 하고 있었다. 강을 따라 아래로 내려갈수록 강폭보다 넓은 농경지가 조성되어 있었지만, 농토는 사라지고 벌건 모래 운동장이 차지하고 있었다. 이곳에는 좌우 200m 이상의 부지를 확보해 주민 체육시설을 조성할 방침이라고 한다.

인적도 드문 곳에서 어렵게 만난 주민은 "이곳은 4대강 사업과도 연관이 없는데도 생태하천과 체육시설을 들이기 위해 공사 중"이라며 "농사 지을 땅이 점점 사라져 이제 할 일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큰 도로를 따라 연기군으로 접어들자 철새도래지로 각광받고 있는 동면 합강리가 반쪽이 동강난 채 대대적인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강 중간중간 자연적으로 조성된 습지형 섬들은 하천 작업으로 반은 사라진 상태였다. 그나마 남아 있는 섬들이 철새도래지임을 확인시켜 줄 뿐이었다. 공사로 뽑혀져 나간 나무의 자리에는 모래를 퍼올리는 포클레인과 흙다지는 차량들로 가득했다. 삭막한 강둑을 에돌며 고요히 흐르는 물길에선 이제 더 이상 새들의 비상을 볼 수 없었다.

◇ 공주지구

금강 물길이 이어지며 백제 문화의 뱃길이 열리는 공주로 향했다. 도로에 접어들며 오른쪽으로 펼쳐진 금강의 물줄기는 아름다움을 느끼기도 전에 SK건설회사가 수주한 공사 현장과 맞닥뜨렸다. 보를 설치하기 위해 강줄기를 가로막은 대형 가물막이가 확연히 눈에 띄었다.

현장에선 두 줄로 박아 놓은 가물막이 구조물을 다시 뽑아내는 장면의 포클레인이 포착됐다.

공사장에서 만난 한 분이 비싼 예산을 들여 설치해 놓고 장마를 대비해 공사구간에 설치한 가물막이를 다시 뽑아내고 있는 것이라고 귀띔해 주었다. 또 보 설치 공정을 앞당기기 위해 야간 작업도 실시하고 있다고 들려줬다. 현장에는 잔뜩 포장한 조감도 아래로 뽑아낸 가물막이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큰 포클레인도 어린아이 장난감처럼 보이는 공사 현장은 혈세를 먹는 거대한 공룡을 보는 듯 위압감이 느껴졌다.

공사 현장을 빠져나와 공주시내로 접어들기까지 500m가 멀다하고 곳곳에 사토지가 농지를 잠식하며 높이 쌓여 있었다. 줄을 잇듯 강 옆에 조성된 사토지에는 모래 실은 트럭이 연방 들락이며 높이와 면적을 넓혀가고 있었다.

동행했던 건설사에서 근무했던 김모씨는 사토지가 4대강 사업에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집중호우가 내리는 장마철에 곳곳에서 사토가 흘러내려 주변 농경지는 망치게 된다"며 "하천을 긁어낸 강가도 모래가 쓸려내려 재작업해야 하는 등 이중으로 예산이 들어 어마어마한 예산 낭비를 초래할 것"이라며 쓸데없이 작업하는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 금강보

이러한 우려가 현실로 보이는 곳이 바로 공주의 곰마루였다.

공주시가 한눈에 보이는 공산성 아래에는 곰나루와 연미산을 잇는 구간에 금강보 설치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수변공간 확보와 생태하천과 체육공간을 조성한다는 정부의 홍보가 무색하게 그 아름답던 금강이 몽땅 드러내어지고 있었다. 도대체 누굴 위해 야생화원을 만들고 체육시설을 만든다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이영제 시민은 "곰나루 강바닥 공사 후 문화재인 공산성 아랫부분이 물에 잠길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예고하고 있지만 건설회사는 문제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아름답기로 유명한 곰나루가 이제는 무슨 아파트 공사장처럼 변했다"며 공사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 부여보

천년고도 부여에 이를 즈음 부여보가 설치중인 공사 현장이 나타난다. 공주지구보다 공정률이 높아선지 작업 현장은 다소 느긋해 보였다. 좁은 출입구 쪽에선 연방 차량이 들락였고, 이곳 역시 두 줄로 박았던 가물막이를 철거 중이었다.

공사장 바닥에는 물막이 설치물들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현장을 빠져나와 큰 도로에서 내려다 보니 공사 현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움푹패인 강 바닥에 육중한 시멘트 구조물들이 들어앉아, 강인지 택지인지 구분이 안 됐다. 대형 가물막이 탓일까, 금강의 물줄기도 힘없이 흘러갔다.

금강을 따라 둘러본 4대강 사업 현장은 미래의 사막을 보는 듯했다. 초토화된 강가는 벌건 모래 언덕을 이루고 있고, 생명을 품었던 물길에는 생명은 없고 정지된 시간만 남아있는 것 같았다. 겨우 남아 있는 아름다운 하천의 풍경은 무엇이 소중한지를 그 자체로 보여주고 있다.

사라져가는 자연은 먼 훗날 스스로 생명력을 회복하겠지만, 우리의 미래는 어디에서 회복할 수 있을는지 돌아오는 내내 무거운 마음뿐이었다.
① 철새도래지로 각광받고 있는 연기군 동면 합강리 부근에서 대대적인 하천 정비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② 공주 공산성 앞을 흐르는 곰나루도 하천 바닥 공사가 한창이다.
③ 금강 지역 공주지구 보 설치 현장에는 가물막이가 철거되기 시작했다.
④ 공주지구에 설치될 보의 조감도.
⑤ 부여보가 설치될 현장 모습.
⑥ 생태공원과 체육공간 조성을 담은 부여보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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