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의 우리글 사랑 운동에 동참하자
충북도의 우리글 사랑 운동에 동참하자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0.05.31 2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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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지민 교육문화부장

지난해 10월 충북도는 우리글 사랑 운동으로 행정용어를 순화해 사용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행정기관에서 먼저 우리말을 사용해 우리글 사랑의 표본이 되겠다는 취지에서였다.

이에 일상에서 생활화된 외래어를 선별해 전문가들의 어휘 순화 심의를 거친 후 도내 행정용어 사용을 적극 권장해 왔다. 약 8개월간 추진된 이 운동으로 브랜드, 워크숍, 리모델링 등 80여개 외래어가 우리말로 순화돼 우리말 사용 정착에 큰 도움을 주었다.

충북도의 우리말 사랑 운동은 학계는 물론 전국 관내에 작은 파문을 일으켰다. 실천적 행정의 좋은 사례로 부각되며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우리글 사랑운동'우수사례로 선정되었고, 한글문화연대로부터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2009 우리말 사랑꾼'에 뽑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문화예술과장이 '전국 최우수 국어책임관'으로 선정되는 등 경사가 잇따랐다. 이처럼 '우리글 사랑운동'에 대한 전국적 관심은 충북이 하나의 사례가 되어 전국으로 확산될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이다.

신선한 시작을 보여준 충북도는 지속적으로 한글 사랑운동을 전개한다는 방침이어서 기관의 역할과 면모를 새롭게 보여준 셈이다.

실제 도에서 진행하고 있는 행정용어심의에 올라온 외래어를 살펴보면 외래어를 조합한 신조어들이다. 외래어뿐만 아니라 뜻만 맞춰 사용한 외래어 조합이 한글 사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행정용어순화자문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한 위원은 외래어에 대한 개념 뒤에 담겨진 그 나라의 문화적 의미를 무시한 채 마구잡이로 사용한 외래어가 범람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전하고 있다. 또 고운 우리말들이 있음에도 마치 외래어로 포장해 보여주는 듯한 낱말들은 이미 우리 생활에 정착돼 오히려 한글의 사용을 낯설게 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글로벌을 추구하는 사이 우리는 가장 우수한 언어 유산마저도 버리고 가는 꼴이 아닌가 싶다.

한글의 우수성은 전 세계 학자들도 인정할 만큼 한글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만큼 우리말 한글은 가장 과학적이고 편리한 문자임을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표현될 수 있는 풍부한 단어와 문장의 수, 그리고 편리함은 다른 문자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비'를 지칭하는 우리말만 보아도 안개비, 보슬비, 잔비, 실비, 작달비 등 60가지가 넘는다. 풍부한 언어를 지니고 있음에도 한글은 글로벌 문화 속에서 점차 말빛을 잃어가고 있다. 사회 각 분야에 영어가 범람하면서 영어는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인이 소통하는 언어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우려는 현실이 된 지 오래다. 그 우려를 없애기 위한 충북도의 우리글 사랑 운동에 박수를 보낸다.

나 보기가 역겨워 / 가실 때에는 /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한국의 대표 시인으로 불리는 소월의 시 '진달래꽃'이다. 짧은 문장 속에서도 이처럼 아름다운 말빛이 담긴, 그야말로 우리말로 된 시다.

한편의 시가 우리의 가슴을 적시듯 언어는 곧 정신이다. 수백년 소통의 언어로 이어온 언어 속에는 민족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 나라의, 국민의 정신을 담는 그릇을 포기할 것인가, 지켜낼 것인가의 문제는 이제 우리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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