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천(歸天)
귀천(歸天)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5.23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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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강대헌 <충북인터넷고 교사>

'행복'이란 제목으로 시를 쓰기도 했던 천상병(千祥炳, 1930~1993)은 그의 '귀천(歸天)'이란 시에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는 말을 세 번이나 반복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에 어디로 돌아갈까요?

시인 정끝별은 '귀천(歸天)'에 대해 다음과 같은 감상론을 펼친 적이 있습니다. "영화 '박하사탕'에서, 돌아갈 곳 없는 설경구는 철교 위에서 하늘을 향해 절규한다. "나 다시 돌아갈래." 그러나,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은 '백'이 있는 사람이다. 그 '백'이 하늘이라면 그는 천하무적으로 세상을 주유(周遊)하는 사람이다. 하늘을 믿으니 이 땅에서는 깨끗한 빈손일 것이다. 하늘을 믿는데 들고 달고 품고 다닐 리 없다.(중략)"

불과 얼마 전에, 제가 존경하고 사랑하던 한 분이 하늘로 돌아갔습니다. 그분은 평생 하늘만을 믿고 섬기다가 이 세상 소풍을 마친 것입니다.

정말, 인생유한(人生有限)입니다!

이스라엘의 위대한 지도자 모세(Moses)도 이런 기도를 한 적이 있습니다. "하늘의 신께서는 사람을 티끌로 돌아가게 하시고 '죽을 인생들아, 돌아가거라'하고 말씀하십니다. 하늘의 신께서 생명을 거두어 가시면, 인생은 한순간의 꿈일 뿐, 아침에 돋아난 한 포기 풀과 같이 사라져 갑니다. 풀은 아침에는 돋아나서 꽃을 피우다가도, 저녁에는 시들어서 말라 버립니다. 우리의 연수(年數)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빠르게 지나가니, 마치 날아가는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우리의 날을 세는 법을 가르쳐 주셔서 지혜의 마음을 얻게 해 주십시오."

그분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회색 양복입니다. 7년 정도의 시간을 함께 보냈는데, 그분은 어느 계절이든 단벌신사의 모습이었습니다. 넥타이도 두 개 이상을 본 적이 없습니다. 깡마른 체구에다가 카랑카랑한 음성으로 회중(會衆)의 가슴을 파고드는 강단(剛斷) 있는 카리스마로 오직 '하늘의 삶'만을 열정적으로 선포한 종교 지도자로서 의미 있는 모범을 보여준 생애라고 생각합니다.

그분은 지도자가 보여주어야 할 지행합일(知行合一)의 덕목을 자연스럽게 상기시킬 정도로,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쳤습니다. 지혜롭고(wise), 분별력이 있고(understanding), 경험이 많은(experienced) 분으로서 자신만의 신비하고 거창한 영역으로서의 깨달음에 머물지 않고 이타적(利他的) 삶의 세계를 가감 없이 보여 주었습니다.

그분 때문에 많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그분의 말씀을 듣다가, 고쳐지지 않는 제 자신의 교만한 성정(性情)이 힘들어서 울기도 참 많이 울었습니다. 그분은 엘제아르 부피에처럼 그저 묵묵히 '나무를 심는 사람'이었습니다. 언젠가는 황무지가 변하여 숲을 이루리라는 꿈을 가지고 계속 나무를 심었던 집념의 실천자였던 것입니다.

"하늘의 전류(電流)가 흐르는 사람이 되십시오.", "축적보다는 활용이 중요합니다.", "자존심이 남아 있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닙니다. 우리에겐 하늘의 사랑으로 사랑할 자유밖에는 없습니다.", "서로 받아들이십시오." 그분이 병상(病床) 중에서도 전했던 말씀입니다. 오늘, 그분이 심어놓은 푸른 나무들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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