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빅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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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3.14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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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강대헌<충북인터넷고교사>
"나를 뒤덮고 있는 밤의 바깥쪽,/세상의 처음으로부터 끝까지 계속될 것 같은 검은 어둠 바깥쪽에,/나의 불굴의 영혼을 위해 존재하는 모든 신들,/나는 그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잔인한 환경의 손아귀에 떨어졌을 때에도/나는 결코 위축되지도 소리 내어 울지도 않았습니다./운명이 몽둥이처럼 나를 내리칠 때/나의 머리에선 피가 흘렀지만, 나는 결코 머리를 숙이지는 않았습니다.//분노와 눈물이 있는 이곳 너머에는/공포의 그림자만이 어렴풋이 보일 뿐,/그러나 그러한 시간들의 위협은/나를 두렵게 하지 못합니다.//그 문이 좁고/어떤 형벌이 따른다 해도 나는 개의치 않습니다./나는 내 운명의 주인이며,/내 영혼의 안내자이기 때문입니다."

넬슨 롤리라라 만델라(Nelson Rolihlahla Mandela)가 감옥에서 읽고 영감(靈感)을 얻었다는 월리엄 어니스트 헨리(William Ernest Henry)가 쓴 '인빅터스(Invictus)'라는 시의 전문(全文)을 옮겨 보았습니다. 인빅터스라는 말은 '정복되지 않는(Unconquered)'이라는 의미를 가진 라틴어라고 합니다.

누구를 정복하고자 했지만, 결국은 정복할 수 없었을까요? 영화 '인빅터스'는 좁고 어두운 감옥의 쇠사슬조차도 만델라의 자유로운 정신을 가둘 수는 없었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거부할 수 없는 노장(老將)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 Jr.) 감독은 "처음 로벤 섬을 방문했을 때, 수감(收監) 공간이 너무나 작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고, 그토록 작은 곳에서 인생의 황금기라 할 수 있는 시절의 27년을 보내고도 분노와 한을 품지 않았다는 점이 진실로 위대해 보였다"는 말로 만델라로부터 받은 진한 감동을 전했다고 합니다.

영화에서도 비슷한 대목이 있었습니다. 1995년 럭비 월드컵을 기적과 같은 승리로 이끈 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대표 럭비팀 '스프링복스(Springboks)'의 주장 프랑소와 피나르는 결승전을 앞두고서 "내일 경기를 생각하는 중이야"라는 아내의 물음에 "아니, 감방을 생각하고 있었어. 30년 동안 그 감방에서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를 그곳에 가둬넣은 사람들을 그는 어떻게 용서하고 이해했을까?"라고 대답하면서 다시 한 번 만델라에 대한 경외감(敬畏感)을 드러냈습니다.

사실 대통령 만델라는 국민 피나르를 가만 두지 않았습니다. 만델라는 팀의 부실한 전적(戰績) 때문에 의기소침해 있던 피나르에게 리더는 영감을 주어 팀원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전략(戰略)을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가장 힘들었던 수감 시절에 영감을 주었던 시 '인빅터스'를 선물로 주었던 것입니다.

깊은 용서를 통한 설득의 힘을 보여준 만델라, 그리고 그의 진심을 알아주고 따른 피나르를 보면서 "열린 마음이 가장 귀한 인간 재산이다"라고 말한 마틴 부버(Martin Buber)를 떠올립니다. 그렇습니다. 용서가 용서를 낳는 무변광대(無邊廣大)의 세상에는 비정하게 닫혀 있는 것이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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