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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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4.19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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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전)시민의 신문기자 장성순씨가 쓴 ‘여성 정치와 사랑에 빠지다’라는 책을 읽었다.

그는 여성이 남성보다 정치를 잘 할 수 있는 이유로 세 가지를 들었다.

첫째, 여성은 ‘차이’에 민감하여 소수자를 배려할 수 있고 ‘차이’를 인정할 수 있다.

둘째, 여성들의 권력은 평화 지향적이어서 대화와 타협적인 정치스타일을 보여준다.

셋째, 여성들은 환경, 교육, 건강 등 실생활 전문가들이다.

이러한 여성의 특성은 중앙정치에서도 정치판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힘이 되겠지만, 특히 지방자치에서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지방자치선거에서 각 당은 여성 진출을 위해 여러 가지 약속을 한 바 있다.

그래서 필자는 이번에는 여성의 정치참여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조금은 가지고 있었다.

현재 우리 지역의 여성정치 참여는 참담할 정도이다.

현직 도의회 및 시·군의회 의원 중 여성비율 역시 전체 의원 176명 가운데 여성의원은 겨우 4명으로 2.27%에 불과하다.

그것도 정당추천으로 주어지는 광역의회 비례대표 3인을 제외하면 선출직 여성의원은 청주시의회 1인 뿐이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충북도당은 지난해에 지방선거법을 개정하면서 기초의원 선거에 중선거구제를 도입하여 여성정치인들의 참여를 높이고, 여성정치인에게 30%를 할당하겠다는 등 장밋빛 약속들을 내놓았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자신의 약속이나, 선관위 또는 여성단체들의 권고사항을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경우에만 여성공천비율이 27% 정도에 이르러 다른 당과의 차별성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민주노동당의 여성공천비율이 이렇게 높은 것은 그것을 보장하기 위한 강력한 장치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성후보의 비율이 20%를 넘지 않을 경우, 그 지역전체후보의 출마자체를 하지 못하게 하는 강제할당 지침이 있기 때문이다.

돈도 없고, 조직도 없는 여성한테는 이러한 지원 장치가 없을 경우 정치참여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요즘 한나라당에서 공천비리 문제가 드러나고 있는데, 기초의원은 1억∼3억, 광역의원은 3억∼5억, 단체장은 10억∼15억을 바쳐야 공천을 받는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우리 지역에서도 한나라당 충북도당은 여성의 지방의회 진출을 늘리겠다고 공언해왔으며, 당초 여성후보의 30% 할당을 약속했고, 여성후보가 없다며 여성계의 추천을 요구했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충북도당은 전략공천이나 여성을 위한 유리한 조건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전략공천을 해야 할 여성후보자에게 경선을 확정하는 등 여성후보들에게 더 불리한 여건을 만들며 여성배제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오늘은 4·19 혁명 기념일이다.

벌써 46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아직도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노동자와 농민대표가 정치영역에 거의 진출하지 못하고 있으며, 세상의 절반인 여성의 진출 또한 아주 미약하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어찌 제대로 된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제 여성운동도 남성중심적 세상에 대해서 적당히 맞장구치면서 현재의 정치판에 여성 몇 명을 진출시키는 끼어들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외받는 사람들과 함께 근본적 새판짜기를 고민해야 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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