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불망위(安不忘危)
안불망위(安不忘危)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2.23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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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송재용 <작가>
요사이 세계 제일의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가 곤경에 처해 있다.

도요타가 생산한 자동차에서 결함이 발견되었다고 연일 신문 방송에서 떠들어대자 사장이 잘못을 시인하고 소비자들에게 머리를 숙이는 일까지 벌어졌다.

자동차 품질이라면 세계 어느 기업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자부해왔던 회사가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을까?

리콜(Recall)이란, 결함이 발생한 제품을 생산한 자는 이를 공표하고 회수하거나 무료로 점검, 교환 수리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이는 소비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식품이나 자동차, 전기전자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들이 많이 시행한다.

물론 리콜이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에 항상 먹칠만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주어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주는 효과를 거두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의 도요타 사태는 정도가 지나쳐 기업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힐 것 같다.

이번 도요타 사태의 발생 원인에 대한 진단이 분분하다. 도요타는 세계 도처에 공장을 갖고 있으며 일 년에 자동차 생산 대수가 1000만 대나 된다.

원가를 절감하려고 저임금 후진국에서 생산한 부품 때문이라는 진단과 함께 고객의 목소리가 경영자 귀에까지 전달되지 않은 회사의 의사소통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아 일어났다는 주장도 있다.

모두 틀린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도요타는 생산시스템에서 독자적인 이론을 개발하여 세계 최초로 'JIT(Just in Time)생산 방식'을 도입하였다.

이 방식은 무재고 시스템으로 협력업체에서 생산한 부품을 일정한 장소에 보관하지 않고 즉시 라인에 투입하여 재고 부담을 줄여 제조 원가를 절감하는 생산방식이다.

더구나 도요타는 생산 현장에서 '가이센(改善)'이라는 제도를 오랫동안 시행하면서 원가 절감은 물론 제품 품질 향상에 큰 효과를 가져왔다.

"도요타 하면 가이센"이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모범적인 활동을 펼쳐왔다. 우리 기업들도 20여년 전부터 이 제도를 도입하였다.

우리 기업들은 제안제도, 분임활동 등의 이름으로 생산 현장에서 낭비 요소 제거, 작업 방법 개선, 아이디어 창출 등으로 많은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런 좋은 제도가 있는데도 도요타에서 왜 이번 같은 사태가 일어났을까? 아마도 경영자는 변화의 물결을 정확히 읽지 못했든지 자신들의 품질관리 방식에 대한 과신과 오만이 빚어낸 결과가 아닌가 한다.

안불망위(安不忘危)라는 고사가 있다.

옛날 현명한 임금은 태평성대에도 군량미를 비축하고, 군사들을 교육시키고, 성을 축조하여 적이 쳐들어올 때를 항상 대비하였다는 것이다.

기업은 잘 나갈 때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신기술을 개발하고, 인재를 육성하고, 품질혁신에 투자를 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기르지 않으면 언제 도산할지 모른다.

마지막으로 품질관리는 예방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전에 문제를 발견하여 고치는 데 1억 원이 들었다면 소비자들의 손에 넘어간 이후 클레임이 걸렸을 때 그 처리 비용은 수십, 수백억 원을 넘는다.

즉 예방 관리 비용에 비해 몇 십 배 몇 백배가 더 들어간다.

아니 브랜드 이미지 실추 같은 무형의 손해까지 계산해 보면 상상을 불허한다.

아무튼 우리는 이번 도요타 사태를 보며, 웃고 즐기기보다는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품질이란 100% 완벽을 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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