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영웅과 공공의 적
겨울 영웅과 공공의 적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2.17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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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안병권 부국장 <당진>
한때 백인들의 올림픽이라는 비아냥 소리를 듣기도 했던 동계올림픽. 추운 지역의 나라들 대부분이 백인들이 살고 이들의 경제력이 높음이 상징적으로 비유됐다. 여기에 하계올림픽 출전은 별다른 장비가 없어도 출전이 가능하지만 동계올림픽은 갖추어야 할 장비가 많고 비용도 많이 드는 스포츠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등에서 스피드 스케이팅과 쇼트트랙에서 연일 금맥을 캐기 시작하면서 동계올림픽도 백인과 황인종의 잔치가 되고 있다.

설날 TV 앞으로 눈과 귀를 집중하게 만든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전. 결승점을 얼마 남기지 않고 나란히 1, 2, 3위를 달리던 태극전사들이 순식간에 뒤엉키는 모습을 보고 국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국 대표팀이 금·은·동을 싹쓸이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정수의 금메달 하나에 만족해야만 했다. 이날 충돌은 한국의 쇼트트랙이 세계 정상 수준이라서 선수 개개인의 순위 변동은 얼마든지 가능한 것으로 해석하는 측과 선수간의 단순한 충돌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쇼트트랙 파벌'이란 키워드로 접근해 이 문제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이를 두고 국민들은 전자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은메달, 동메달, 노메달이건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것을 선수들 스스로가 잘 알고 있기에 무리한 끼어들기 충돌이 빚어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사회가 오로지 1등만 기억하고, 대우를 받기에 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아픈 상처도 잠시, 게임이 끝나고 끼어들기 충돌의 원인을 제공한 이호석을 메달을 날려버린 성시백의 어머니가 따뜻하게 위로하며 건강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지난 경기에서 우리가 정작 속상하고 분개하는 건 한국 선수의 충돌로 인해 반사이익을 얻은 미국의 안톤 오노의 태도다. 한국인에게 이미 '공공의 적'으로 낙인된 안톤 오노가 밴쿠버에서 또다시 한국인의 공분을 사고 있다. 그는 지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1500m 결승에서 김동성에게 추월 당하자 '할리우드 액션'으로 실격시키고 금메달을 딴 장본인으로 손버릇·말버릇은 머리를 절레절레 내두르게 하고도 남는다.

이호석과 성시백의 충돌로 어부지리 은메달을 딴 오노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실격이 더 많이 나오길 기대했다"고 어이없는 발언을 일삼았다. 듣기에 따라서는 한국 선수들이 모두 실격하기를 바랐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더구나 오노는 골인하면서 손으로 목을 긋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는 한국 선수들이 넘어진 것을 빗댄 것이라는 네티즌의 성토가 이어졌다.

자국에서는 '겨울 영웅'이지만 동계올림픽마다 국민들에게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안톤 오노. 네티즌은 이번 대회에서 한 쪽만 흰색 장갑을 착용한 것을 두고 빙판과 다른 선수의 엉덩이를 만질 때 자신의 손이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한 카멜레온 효과를 기대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등 심기가 불편하다.

심판을 속이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카메라까지 속이려는 얄팍한 계산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겨우 쇼트트랙 1500m 한 개 종목이 끝났다. 오노와는 500m, 1000m, 5000m 계주 등 3개 종목에서 만난다. 지난 1500m 경기를 교훈삼아 우리 선수단은 완벽한 레이스로 자신과 팀워크의 싸움에서도, 심리전에서도 오노에게 승리를 거둬 그의 말문과 손짓을 멈추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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