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나는 채훈관 총장께
물러나는 채훈관 총장께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0.02.16 2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권혁두 부국장 <영동·보은·옥천>
8년간 대학 발전을 위해 헌신하다 오늘 물러나는 채훈관 영동대 총장님.

사실 총장님은 오늘 영동군민들로부터 감사패를 받아야 할 분입니다. 영동군의 대학에 대한 전방위 지원이 강조되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대학도 지역발전에 크게 기여했으니까요. 그러나 위로의 박수와 감사패는커녕 오늘 영동역에서는 당신을 성토하는 군민들의 아우성이 하늘을 찌를 것 같습니다.

오늘은 총장님의 이임식과 함께 영동대 아산캠퍼스 이전을 반대하는 영동군민총궐기대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행사장에 총장님의 허수아비가 등장할 것이라는 얘기가 들리고, 일부 군중들은 이임식이 열리는 대학으로 이동해 시위를 계속할 모양입니다.

험한 꼴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군민들의 박수를 받으며 임기를 끝내셔야 할 분이 온갖 비난과 원성 속에서 도망치듯 대학을 떠나야 하니 답답한 노릇입니다.

총장님은 군민 대표들이 아산캠퍼스 이전계획 철회를 요청하자 "영동군이 대학 문을 닫지 않도록 충분한 지원을 해준다면 아산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영동군은 지난 8일 대학에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내역을 보내달라'는 공문을 보냈지요.

유감스럽게도 대학은 지금까지 '묵묵부답'입니다. 당시 총장님이 진지하게 생각했던 바를 얘기한 것인지, 불편한 자리를 모면할 요량으로 앞뒤없이 내뱉은 발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영동군이 공문까지 보내 화답한 것은 "가능한 모든 지원을 대학에 퍼붓겠다"는 각오를 보인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오늘 군민궐기대회는 군의 마지막 호소마저 메아리없이 묻혀버린 데 따른 군민들의 불가피한 대응으로 보시면 됩니다.

아시겠지만 영동군민들은 이미 국방부가 타지역을 이전지로 내정했던 육군종합행정학교를 영동으로 틀었던 사람들입니다. 군수에서 여성단체장에 이르기까지 삭발을 감행한 무한투쟁을 통해 내정됐던 중앙정책까지도 바꿔버린 역량의 소유자들입니다.

오늘 궐기대회는 서막에 불과합니다. 이미 지역은 물론 교과부 상경시위와 무기한 1인시위 등이 예정돼 있습니다. 결사투쟁을 선언한 비대위의 결기로 봐서 수위가 어디까지 높아질지,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채 총장님, 이런 극단의 갈등과 대립, 상충 속에서 지자체와 대학이 공존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더욱이 영동대는 대학 구조조정이라는 위기상황 극복을 위해 복지부차관 출신의 중량감있는 새 총장을 영입한 처지입니다.

아무리 중앙에서의 경륜과 인맥이 든든한 유능한 총장이라 해도 지역에서 '외톨이'가 되면 제몫을 하기 어렵습니다. 기껏해야 당신이나 재단을 대신해 지역의 뭇매를 맞는 방탄총장에 그칠 테지요. 이런 상황을 만들어 놓고 임기를 맞게하는 것 자체가 신임 총장에 대한 도리가 아닙니다.

다시 한 번 군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십시오. 1년간 상생방안을 함께 모색하고 그래도 해법이 나오지 않으면 그때 이전하라는 것이 군민들의 요구입니다.

1년만 계획을 유보하고 군이 대학 회생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간절한 호소마저 외면하렵니까. 군청도 총장님이 요청한 '지원'에 대해 확실하게 응답했잖습니까.

늦지않았습니다. 오늘 아침에라도 아산캠퍼스 조성계획을 철회하고 군민궐기대회를 대학과 군이 공생을 다짐하는 단합대회로 승화시키십시오. 그래야만 '노모와 허수총장을 내세우고 재단 뒤로 숨어버린 비겁자 채훈관'이라는 오명을 떨칠 수 있을 겁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