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4대강 사업
봄과 4대강 사업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2.10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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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지민 <교육·문화부장>
비가 사흘째 계속되고 있다. 입춘을 지나 내리기 시작한 이 비는 내일까지 이어질 거란 예보다. 흐린 며칠을 보내면서 비가 그치면 성큼 다가설 봄 소식에 마음이 먼저 봄 앞으로 달려간다.

추적추적 내린 비로 생긴 웅덩이에는 벌써 산개구리들이 알을 낳기 시작했다. 둥글게 말아 놓은 듯 뭉쳐있는 알덩이를 보면 환경에 적응하는 뭇 생명의 진화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태어난 알들이 추운 겨울을 견딜 수 있도록 말랑하게 그러나 단단한 우무질로 감싸 놓은 본능에선 질긴 생명력도 감지된다. 견딤과 삶의 방식을 온몸으로 통과한 생명만이 살아남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겨우내 잎을 떨어뜨리고 죽은 듯 서 있던 나무도 봄을 알려준다. 촉촉한 빗방울을 매달고 있는 가지 끝으로 살포시 내비치는 연둣빛 떨림은 신선한 바람과 같다. 일상에서 발견하는 작고 조용한 자연의 섭리는 무한한 열림의 세계로 다가온다. 거대한 침묵으로 서 있는 나무에서 본질로 향한 움을 발견하는 일 역시 봄이 불러오는 희망의 소리일 것이다.

이처럼 삭막한 도심 한가운데로 찾아온 생명들을 만날 때면 인간의 눈높이로 보아온 세상 보는 법을 자연은 말없이 낮게, 새롭게 세상을 열어준다. 자연 속으로 걸어들어가면 마음이 평안해지는 것도 이런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봄은 오고 있다. 겨울의 틈새를 비집고 자박바박 봄비를 품고 온기로 다가오고 있다.

하나, 자연이 처해 있는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지난 연말부터 전국적으로 시작된 4대강 사업이 언 땅이 풀리기 시작하는 봄이면 본격 추진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기계음이 점령한 하천에선 생명들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포클레인으로 들어내는 하천의 모습은 걸름장치 없는 아수라장을 보는 듯하다. 휘돌아가던 아름다운 물길이 파헤쳐지고, 그 속에 깃들어 사는 생명들은 어느 하나 은신처도 없다. 곳곳의 하천마다에서 쉬지 않고 진행되고 있는 4대강 사업은 도대체 무엇을 위하고, 누구를 위한 것인지조차 판단할 수 없을 정도다.

충북도 마찬가지다. 남한강이 통과하고 있는 도내 지역에서는 멸종위기에 놓인 단양쑥부쟁이 생육지가 파괴되고, 천연기념물 수달의 서식지가 사라져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철저한 보존을 약속했음에도 자행되고 있는 개발 현장이고 보면 멸종이나 천연이니 하는 수식어가 붙지 않은 생명들은 부지기수로 이 땅에서 사라져가고, 또 사라져갈 것은 자명하다. 인간이 설정한 거대한 자본 논리 앞에 자연의 본질과 생명들은 버려지고, 사라져가고 있다. 우려했던 사안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국 환경단체들을 위시해 시민사회단체에선 4대강 반대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더 이상의 파괴는 안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각 지역마다 문제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4대강 사업은 경제 문제와 환경의 문제가 상충되는 방식의 인식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삶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더디겠지만 자연은 스스로의 힘으로 이 땅에 새 생명을 기를 것이다. 억겁을 토대로 살아온 생명은 또 다른 곳에서 생명을 낳고 깃들게 할 것이다. 어찌보면 일련의 사업들은 자연이 처해 있는 현실보다 인간이 처한 현재가 녹록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생명의 근원이요, 힘의 원천인 자연에 눈뜨지 못함은 결국 스스로의 터전을 파괴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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