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없는 입장 표명
진정성 없는 입장 표명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0.02.04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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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권혁두 부국장 <영동·보은·옥천>

영동대 채훈관 총장이 그제 한 신문을 통해 아산캠퍼스 이전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그의 결론은 '대안없이 이전계획을 철회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영동군이 대안을 마련해주면 언제든지 포기하겠다'고 덧붙였다. 영동대 문을 닫는 것이 지역에 도움이 되겠느냐는 으름짱도 곁들였다.

지난 2004년 아산캠퍼스를 추진할 때와는 딴판이다. 그때는 자청해 군민설명회를 열고 영동캠퍼스 육성계획을 소개하며 윈-윈 의지를 밝혔었다.

최초 이전 학과외에 추가 이전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 결과 여론은 반전세를 타기 시작했고 아산캠퍼스 이전은 대세로 흘러갔다. 교과부 불허 방침으로 무산되기는 했지만 영동대의 지역 탈출은 그때가 호기였다.

지난 2003년 평당 5만원에 사들인 아산 땅이 지금은 8배나 올라 4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대학 자체를 구조조정하는 마당에서 대학의 증과, 증원은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13만평이 넘어 땅값만 500억원대인 캠퍼스를 학년정원이 190명에 불과한 6개 학과로 꾸려가겠다고 약속을 한다 해도 믿을 사람도 없을 것이다.

영동대는 이번에 채 총장을 접촉해 그의 입장을 전달해준 친절한 언론이 등장할 때까지 공식적으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대학을 항의 방문한 지역인사들을 만나 사전협의 없이 추진한 사정과 아산캠퍼스 조성의 불가피성 등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했을 뿐 지역이 들끓는데도 그 흔한 해명성 보도자료 하나 내지 않았다. 이번에 채 총장이 언론에 밝힌 입장에 대해 진정성을 공감하기 어려운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 이유는 사전협의를 하지 못한 데 대한 총장의 변명이다. 그는 (캠퍼스 신설을 규제한) 교과부 방침이 바뀐 사실을 뒤늦게 알고 서둘러 신청하느라 여유가 없었다고 했다. 신청후 한 달이 넘도록 쉬쉬하다 언론에 들통이 나버린 사후의 행위에 대해서는 왜 해명이 없는가. 사정이 이래서 미리 알리지 못했으니 양해해 달라는 사후 통보라도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우선 교과부 인가를 받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지역의 뒷북을 맞는 것이 유리하다는 철저한 계산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 하나, 대학이 문을 닫을 처지에 빠졌다며 아산 이전이 유일한 살길이라고 강변하지만 그동안 대학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군민장학회가 장학금의 30%를 영동대에 몰아줬지만 대학은 거꾸로 자체 장학금 규모를 줄였다. 공학계열 학과가 고전을 면치못해 이전해야 한다고 하지만 이 계열의 실습장비는 고철 수준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돈다. 교수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는 지역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유능한 교수진의 확보와 시설 투자는 뒷전이었다는 얘기다. 일찌감치 영동캠퍼스를 포기하고 아산의 규제가 풀리기만 기다려 왔다는 일각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이렇게 해놓고 몰래 캠퍼스를 추진하다 들키자 되레 군민들에게 대안을 내놓으라고 역공에 나선 것이 영동대의 실체다.

그러나 지역이 제풀에 지쳐 포기할 때를 기다리는 듯한 대학의 전략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돌아가는 추세를 볼 때 지역의 역량이 그의 수완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 1년만 보류해 달라는 하소연도 먹혀들 여지가 없어 보인다. 하긴 지역에 대못을 박고 패륜의 멍에를 쓰기로 작정한 대학의 배수진에 무슨 대수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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