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와 거북이
토끼와 거북이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2.03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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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이수한 <청원군노인복지관 관장 신부>
며칠 전 어린이집 보육교사를 선발하는 시험에 면접관으로 참여한 적이 있었습니다.

질문 가운데 여러 동화를 제시하고 재구성해 보라는 것이 있었는데 토끼와 거북이의 이야기를 가지고 재구성한 사람이 가장 많았습니다. 많은 이야기 가운데 아주 기발한 것이 있어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먼 옛날에 있었던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이야기를 여러분은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의 자손이 선조의 뒤를 이어 다시 한 번 경주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육지가 아닌 바다에서의 경주를 거북이가 제안했습니다.

토끼는 그런 법이 어디 있느냐고 항변했지만 '옛날에는 육지에서 했으니 이번에는 바다에서 해야만 공평해'라고 말하는 거북이의 주장을 거부할 수가 없었습니다.

드디어 운명의 날이 왔습니다. 토끼와 거북이의 가족들이 모두 모이고 선수 토끼는 물안경에 산소 통을 둘러메고 오리발까지 신은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신호 소리와 함께 경주는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바다에서 토끼가 거북이를 이길 수는 없었습니다.

토끼와 거북이의 사이는 점점 멀어지고 있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앞서가던 거북이가 갑자기 멈추어 섰습니다.

옛날 토끼가 그랬던 것처럼 낮잠을 즐기기 위한 것은 아닐까 생각하며 신이 난 토끼의 가족들은 더욱더 열심히 응원을 했습니다.

그러나 토끼가 다가오자 거북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토끼를 등에 태웠습니다. 이 일이 있은 후 토끼와 거북이는 다시는 바보 같은 경주를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린 아이들에게 들려 줄 이야기이지만 경쟁에서 살아남아야만 하는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어른들에게 있어서도 정말 교훈이 되는 이야기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세상의 가치판단에 의하면 경주는 이겨야만 합니다.

늦게 오는 사람, 오다가 넘어진 사람을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다른 사람이야 어찌되든 나만 일등으로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나 현명한 사람은 거북이와 같이 늦은 사람을 자기의 등에 태울 줄 압니다.

넘어진 사람을 일으키고 공정하게 경주할 줄을 압니다. 경쟁보다 협력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길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 개관 10주년 행사에 참석해 달라는 초청장을 받았습니다.

사회복지사가 되어 처음 기관을 맡아 개관한 것이 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이니 저의 사회복지 나이도 10살이 된 셈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정말 거북이와 같은 사람을 많이 만났습니다. 자신만이 아니라 이웃을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을 정말 많이도 만났습니다.

10년을 함께해 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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