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우울증 '인지적 왜곡' 부른다
심한 우울증 '인지적 왜곡' 부른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1.3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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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들 '자살' 왜
삼성전자 부사장, 좌천 인사에 비관 가능성
긍정적 내용 많더라도 부정적 내용 더 확대
현대인 스트레스 질병으로 인식·치료 필요

천하보다 한 사람의 목숨이 귀하다는 명언과 달리 현실에서는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특히 높은 지위와 명예, 부를 가진 사람의 갑작스러운 자살 소식은 사회를 큰 충격에 몰아넣고 있다최근 공장장으로 발령받은 삼성전자 부사장 이모씨와 자금난에 못 이긴 중소기업 대표가 목숨을 끊는 등 유명인들의 자살이 이어지고 있다.

건국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 하지현 교수, 미그린한의원 김종권 원장, 신경정신과 임준석 전문의로부터 유명인들의 자살을 통해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본다.

◇ 돈 많고 똑똑한 사람이 죽으면 '의지박약'(?)

최근 삼성전자 부사장 이모씨가 자살한 배경에 대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씨가 공장장으로 발령나면서 연구개발에서 물러난 것에 큰 충격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좌천됐다는 박탈감이 크더라도 생계에 쪼들리는 서민만큼 힘들겠냐"며 이씨의 자살에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그동안 살면서 부와 명예를 충분히 누렸기 때문에, 단순히 인사발령 하나 때문에 자살하는 것은 어리석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경정신과적 측면에서 보면 부와 명예와는 상관없이 우울증이 심한 사람은 '인지적 왜곡'을 겪기 쉽다.

인지적 왜곡이란 자신이 생각한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인생은 자동적으로 실패했다고 사고하는 것이다.

특히 우울증이 심한 사람은 객관적 평가 능력이 떨어지고 자신의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을 더 크게 볼 수 있기 때문에, 인지적 왜곡 가능성이 커진다.

만일 이씨의 자살 원인이 공장장으로 발령받은 것에 일부 원인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연구개발에서 공장장 직으로 물러났기 때문에 인생이 실패했다고 여겼을 가능성이 있다.

신경정신과 임준석 전문의는 "우울증이 심한 사람은 자신의 경험과 경력 등에 긍정적인 내용이 더 많더라도 부정적인 내용을 더 확대할 수 있다"며 "미래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내용보다 부정적인 내용을 확대해석해 비관적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울증이 심한 사람이 완벽주의를 갖고 있다면 인지적 왜곡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사회가 보는 '자살', 정말 올바를까?

자살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면 일부 여론은 '배부른 짓'이라는 비판을 토해낸다.

그러나 자살 충동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다. 한의학에서는 사회적 지위가 추락하면 탈영, 경제적 지위가 추락하면 실정, 산후우울증 등으로 구분할 만큼 우울증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질환으로 여기고 있다.

미그린한의원 김종권 원장은 "현대인들은 직장과 가정생활 등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며 "한의학적으로 기가 막힌 '기체증'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인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힘들게 살아야하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지만 이젠 하나의 질병으로 인식해야 한다"면서 "우울증은 당사자의 성격이나 의지와는 관계없이 주변의 관심과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울증에 걸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아버지이거나 남편, 가족일 수 있다. 내일이 되면 내 문제일 수 있다"며 "우울증 증세를 얘기하면 반드시 관심을 가져주고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건국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 하지현 교수는 "유명인이나 일반인의 자살이 언론에 의해 과잉왜곡된다면 그 파장은 엄청나다"며 "자살보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살 보도가 청소년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자살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뿐 아니라 주변 사람에게 큰 고통을 안겨준다는 점도 인식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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