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졸 출신 이청용
중졸 출신 이청용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1.28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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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천안>
1. 이청용이 영국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다. 지금까지 박지성과 설기현, 이영표 등 선배들이 쌓아놓은 '위업'을 무너뜨릴 태세다. 아니 기록상으론 벌써 해냈다.

영국 진출 후 첫 시즌의 반환점을 겨우 돈 지금 그는 5골, 5도움의 공격포인트를 올려 지난 2006~2007 시즌 설기현의 최고 기록(4골 5도움)을 넘어섰다. 박지성도 2골 6도움이 최고 기록이다.

월드컵의 해로 첫 원정 16강 진출을 염원하고 있는 우리는 그의 활약에 연일 신이 난다.

벌써 유수의 프리미어리그 팀들이 그의 소속팀인 볼턴 원더러스의 리그 탈락을 전제로 스카우트를 고려 중이라는 뉴스까지 나올 정도니 그의 활약상이 어떤지 축구 문외한이라도 절로 짐작이 간다.

TV에서 그의 활약상을 보노라면 흐뭇하다. 공격형 미드필더로서의 동료한테로의 골의 배급은 물론이거니와 상대 수비수의 의표를 찌르는 돌파, 골문 앞에서의 과감한 결단력 등 저 정도면 남아공 월드컵 16강이 꿈만은 아니다.

그런데 그가 고등학교 졸업장도 없다는 사실을 아는가. 1988년생인 이청용은 도봉중 3학년 때 인생을 건 도전을 한다. 축구 명문고들이 그를 스카우트하려 나섰지만, 진학을 포기하고 2004년 FC서울에 입단했다. 집안에서 그가 학창시절도 없이 프로구단에 가는 것을 꺼렸지만, 본인의 뜻이 너무 확고했다.

이후 이청용은 FC서울에서 프로선수들과 함께 조련을 받으며 청소년 대표, 올림픽 대표를 거쳐 결국 지난해 남아공월드컵 최종 예선 국가대표에도 이름을 올리며 팬들에게 이름을 각인시키기 시작했다.

2. 옛 실업계 고교인 전문계 고교의 취업률이 해마다 추락하고 있다. 2000년에 51%였던 것이 이젠 10%대에 그치고 있다. 재학생 10명 중 1~2명이 간신히 직장을 구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 이면을 들여다보니 속사정이 있다. 학생들이 실력이 없어서 취직을 못하는 게 아니다. 무려 80% 이상의 학생들이 대학 진학을 위해 전문계 고교를 가고 있다. 어떤 학생들은 중학교 때부터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입학 특전을 노리고 일반계가 아닌 전문계 고교를 간다.

취업을 하지 않고 대학을 가는 이유는 또 있다. 전문계에서 교육을 받고 대기업에 취직하면 웬만한 생산직에 가더라도 수당을 포함해 월급 150만원 이상을 받는다. 그런데 대학 졸업자는 이보다 2배 이상이다. 호봉이 늘면 늘수록 격차는 심해진다. 승진에서의 불이익은 물론 평생 일정 직급 이상의 '영전'도 사실상 힘들다. 군대에서 부사관과 일반 장교와의 차이와 같다. 소위가 대장의 꿈을 키울 수 있지만, 하사는 준위가 최고 한계인 것처럼.

문제는 우리의 기업 문화다. 축구는 출신 학교를 따지지 않고 잘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기업은 신입시절부터 대졸자와 고졸자의 성분이 갈라진다. 고졸자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대졸자를 승진 인사 서열에서 따라잡지 못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강원도의 한 전문계 고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다. "학력보다 실력이 인정받는 사회가 될 것이고 (전문계 학생이) 대학을 가지 않더라도 대학 나온 이들보다 존경받고 수입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들겠다."

그렇지만, 여전히 현실은 아니다. 고교를 나오지 않고도 장인으로 다듬어져 승승장구하고 있는 이청용, 전문계 고교에서 장인 교육을 받고도 사회에서의 불이익 때문에 또다시 학원가로 발길을 돌리는 학생들. 이 차별이 해결되지 않고는 더이상 우리에게 장인(匠人)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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