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적 로비술 군민들에게 발휘할 때
천재적 로비술 군민들에게 발휘할 때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1.2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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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권혁두 부국장 <영동·보은·옥천>
영동군 전역이 영동대 성토장으로 돌변했다. 곳곳에 내걸린 현수막에서 영동대는 '지역경제의 젖줄'에서 졸지에 '지역을 배신한 공적'으로 추락했다. 영동대와 관련한 현수막이 지역을 도배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매년 입학식을 앞두고 군민들이 내거는 신입생 환영 현수막들이 그것이다. 그러나 올해 입학식때는 '신입생을 군민의 자식처럼 돌보겠다'는 훈훈한 인심이 담긴 현수막을 구경하기 어려울 것 같다. 대학이 아산캠퍼스 조성계획을 포기하지 않는 한 말이다.

영동대와 영동군의 대충돌을 초래한 이 사태는 외견상으로는 밥그릇 차원으로 비쳐진다. 대학은 구조조정을 피하기 위해 활로를 찾아나섰고, 군민들은 경제적 피해를 들어 제동을 거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지역경제를 위해 대학은 죽어도 좋다는 것이냐는 반론이 끼어들 만한 상황이다. 그러나 양자간 갈등의 중심에는 밥그룻보다 신뢰의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대학에 대한 영동군의 눈물겨운 '순애보'를 들어보라.

대표적 사례 두 가지만 꼽아 본다. 군립노인병원의 경우 운영권 수탁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지만 병원급 의원을 제치고 의료기반이 취약한 영동대가 선정됐다. 당시 영동대는 심사결과가 번복될 수도 있는 결정적 실수를 범했다. 심사위원회에 제출한 도면에 병원이 들어설 위치를 잘못 표시해 심사위원들이 도면과 다른 땅을 현장실사한 것이다. 그러나 특혜설은 물론 이 결정적 하자까지도 대학을 살려야 한다는 대명제 앞에서 소리없이 묻혀졌다. 대학이 군립노인병원 위탁권을 밑천삼아 숙원이던 간호학과 신설을 얻어낸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군립수영장(국민체육센터)을 영동대 교내에 짓고 운영권까지 대학에 주기로 한 방침도 당시 군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이 반론 역시 대학이 발전해야 영동도 산다는 상생논리 앞에서는 사그러들 수밖에 없었다. 지난 15일 사실상 영동대 소유가 된 수영장 개관식이 열리는 동안 교과부에서는 영동대가 몰래 제출한 학교명칭 변경안 처리절차를 밟고 있었다. 뒤통수를 맞고 있는 줄도 모르고 군수와 기관단체장들은 박수를 치며 '수영장 헌납식'을 가졌다.

군민들 사이에 '없는 살림에 이 정도 퍼주었으면 대학 일부를 옮겨가는 중대한 결정을 하기 전에 한마디 의논이라도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배신감이 터져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대학 안팎에서 채훈관 총장은 '로비의 천재'로 불린다. 대학 전면에 포진한 대부분의 건물을 외부 지원을 받아 지은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에게는 손색없는 별칭이다. 그래선지 이미 사전 로비를 통해 승인을 담보한 후 교과부에 아산캠퍼스 조성을 신청했다는 얘기도 흘러다닌다. "(교과부로부터) 갑자기 연락을 받고 서둘러 신청 절차를 밟느라 지역과 상의할 틈이 없었다"는 그의 해명성 발언이 이런 추측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승인을 얻어내더라도 아산캠퍼스 개교시기인 2013년까지 지역과 대치하며 대학을 운영하기는 어렵다. 일단 교과부에 제출한 승인신청을 스스로 철회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1년간 영동군민을 상대로 그 천재적인 로비술을 발휘하기 바란다. 두 캠퍼스에서 윈-윈할 수 있는 청사진과 투자계획을 제시하고 군민들을 설득한 후 연말께 재시도하라는 얘기다. 대학내에서조차 "절박한 입장을 알리고 대학을 살려달라고 호소하면 군민들이 무작정 반대하겠느냐"는 현실론이 나오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영동군과 대학의 파경, 그로 인해 야기될 숱한 부작용들은 막을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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