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와 충북 그리고 LG
세종시와 충북 그리고 LG
  • 남경훈 기자
  • 승인 2010.01.24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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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남경훈 <편집부국장>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된 지 2주가 지나도 찬반논쟁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운찬 총리는 '행정부처 1곳이라도 세종시로 가면 나라가 거덜난다'고 전국을 누비고 있다. 한나라당은 당론 채택과 입법예고를 놓고 친이 친박간 치열한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물론 차기 집권까지 염두에 둔 충돌로 '치킨게임'으로까지 불릴 정도다. 야당은 장외투쟁에 나서 한치의 양보도 없다. 지역은 지역대로 세종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우려되는 것은 국론분열이다.

지난해 9월 정 총리 지명이후 무려 4달여 가까이 벌어지고 있는 세종시 논란은 끝이 보이지 않은 채 한국사회를 두 동강 내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이 안고 있는 가장 큰 오류는 입주기업에 대한 특혜로 모아진다. 땅값은 물론이고 개발규제 완화와 세제감면까지 이어진다. 각종 법을 제·개정해야할 정도다. 향후 입법과정도 문제지만 왜 엄청난 특혜성 지원을 해야만 하는 것인지 각 지역에서는 모두 불만이다.

민선 4기 끝자락에서 다음 지방선거를 목표로 하는 단체장들은 지역 발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부분 기업유치 등을 통해 자기 지역의 경제적 풍요로움을 앞당기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 하필 이런 때 나온 것이 세종시 특혜였다.

그렇다보니 세종시 수정론을 설파하는 총리는 그 지역 입맛에 맞는 발언을 하느라 생고생이다.

그중 압권은 지난 20일 대구 경북 방문에서 삼성의 신규사업 세종시 제외설은 타지역 중에서도 충북을 깜짝 놀라게 할 충분한 소재가 됐다. 이날 총리는 비공개 간담회에서 "세종시에 삼성의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입주하려 했으나 대구 경북을 위해 제외했다"는 것이다.

정 총리는 지난 23일 충북방문에서는 "사기업을 어떻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느냐"며 말끝을 흐렸다. 삼성 문제에 대해 충북지역민들이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첨복단지에 복수선정된 오송은 외면하고 대구만 생각해 발언하는 것 자체에 대한 불만이다.

현재 지역은 조그마한 기업 하나라도 어떻게 하면 유치할 수 있을지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그만큼 지역으로 갈수록 경제적 토양은 척박하기만 하다.

이런 절박한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총리의 무분별한 발언은 상대성이 있는 다른 지역에 큰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걱정은 그동안 여러차례 있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LG의 세종시 입주설이다.

LG는 청주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토착하기 시작해 현재는 LG화학(청주, 오창테크노파크), LG전자, LG생활건강, LG하우시스, LG이노텍 등 5개사를 비롯 계열 분리된 LS산전 등이 30여년 동안 터전을 잡아 왔다. 최근에는 오송에 LG생명과학이 신축중이다. 종사자나 매출 규모등 외형은 지역에서 독보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LG화학의 차세대 핵심사업인 2차전지 신규 투자용지가 당초 검토됐던 오창 제2산업단지에서 잠시 주춤하고 있는 것이 세종시 때문으로 알려지면서 지역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은 이처럼 지역에는 위협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울산의 현대, 포항의 포스코, 아산탕정의 삼성처럼 'LG=청주'라는 피부로 와 닿을 수 있는 대안이 나와줘야 한다.

정부 여당의 보다 깊이 있고, 실체가 있는 후속대책을 기대해 본다. '세종시 인근에 위치하고 있어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이라는 단순하고 추상적인 대책은 내놓지 않는 것만도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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