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포기=정권 재창출(?)
세종시 포기=정권 재창출(?)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1.20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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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 <천안>
지난 18일 조선일보에 게재된 김대중 칼럼의 반향이 꽤 크다. '세종시와 실용의 정치'란 제목의 이 칼럼은 과감하게도 세종시 문제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양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와의 현재 입장을 '(같은 레일 위를)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와 같다며 둘의 싸움이 이대로 가다간 결국 '한나라당 두 쪽 나고 보수우파 쪽박 차고 정권 재창출 물 건너가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사태(여권의 분열로 야당이 득세해 정권을 잃게 되는 것을 의미한 듯)를 반전시키라고 대통령에게 주문했다. 수정안을 포기하란 얘긴데 그 논리도 두 가지나 곁들였다. 첫째는 백년대계(세종시 수정안)보다 2012년 정권 재창출이 중요하다는 것이고, 둘째는 국가를 위해 더 큰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세종시 문제로 발목을 잡히지 말라는 얘기다.

친박계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표결로써 이기기도 어렵거니와 여당이 분열돼 MB 정치가 효율성을 잃고 지리멸렬해질 것이라는 충언도 했다. 강행하면 이겨도 잃게 되는 것이 많다고 덧붙였다. 결론 부분은 '충언'으로 끝났다. 일부에서 대통령의 '레임덕'을 우려할지 모르나 카드(세종시 수정안)를 던짐(포기)으로써 얻는 것이 더 많다고 했다. 그렇게 하면 '옳은 정책이라도 현명하게 후퇴할 줄 아는 융통성과 용기를 인정받을 수 있다'면서, 가장 큰 정치적 소득인 정권의 연속성을 얻고 괄목할 업적을 이룩한 대통령으로 평가받게 된다고 충고했다. (그는 이렇게 이득을 얻는 게 실용의 정치가 아니냐고 말을 맺었다.)

말은 꽤 많이 했지만 큰 축은 하나다. 이겨도 득될 것 없고 질 것이 자명한 세종시 문제에 청와대가 더 이상 얽혀있지 말라는 얘기다. 한편으론, 최악의 사태를 맞을 수도 있는 청와대에 퇴로를 열어준 보수 언론의 첫 번째 글이기도 하다.

이 글이 실리자 친여성향의 언론들이 전에 없던 논조의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같은 날 석간 문화일보가 <'MBP 묻지마 격돌'의 종착역>이란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친이계와 친박계간 여권 내부의 갈등이 심화해 빠져나올 수 없는 공멸의 미로를 걷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일보도 19일 자 칼럼에서 '국익을 위해 누군가 핸들을 꺾어야 하는 국면이라면 이 대통령이 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출구전략인가. 수정안에 찬성 일색이던 보수 언론들이 갑자기 논조가 바뀌기 시작했다. 김대중 고문이 칼럼에서 비추었듯 '표결로 가봐야 (수정안이 원안을) 이기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 걸까.

이런 상황에서 19일엔 월간 신동아의 보도가 터져 나왔다. 세종시 원안에 이미 파격적인 인센티브(저가 원형지 공급) 없이도 삼성이나 다른 대기업들이 들어오기로 돼 있었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충청권을 '갖고 논' 것이라는 비난을 받을 만한 엄청난 사기다.

어쨌든 보수 언론의 논조가 변한 게 놀랍다. 그런데 그게 영 개운치않다. 마치 옳은 것을 틀렸다고 하는 몽매무지한 세력에 밀려 하는 수 없이 차선을 택해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그리고 정권 재창출을 운운한다. 다시는 좌파에 정권을 내줄 수 없으니 '옳다고 믿는 정책(세종시 수정안)'을 포기하고라도 정권의 연속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다.

세종시 수정론의 옳고 그름을 떠나 국가 백년대계보다 2012년 정권 재창출이 우선이라는 칼럼 속의 말이 너무 무섭고 극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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