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구에게 침 뱉는가
누가 누구에게 침 뱉는가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1.19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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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한덕현 <본보 편집인>
세종시 공방, 그리고 청주 청원 통합 논란의 와중에서 지역의 고질병이 재발되고 있다. 이른바 충북인의 기질 혹은 충북의 정서에 대한 자학(自虐)이다.

이들 두 가지 사안은 워낙 이해관계가 첨예한 데다, 언제라도 여론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 그 직접적 당사자들조차 언급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세종시 문제의 경우 지역의 일관된 입장은 오로지 원안 추진인 상황에서 대통령과 정부가 국가의 모든 인프라를 총동원해 수정안을 밀어붙이는 형국이기 때문에 오피니언 리더뿐만 아니라 일반 주민들까지 말 한마디에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청주 청원 통합 문제는 더하다.

청주시와 청원군이 여전히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고, 또 사안 자체가 너무 오랫동안 지역에 파장을 일으켰던 터라 이를 논하는 것 자체가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이런 분위기를 빙자해 충북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예의 부정적 발언들이 요즘 사석에서 빈번하게 출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앞에서는 말하지 못하고 뒷공론이 많다든가, 속내를 전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겉다르고 속다르다는 식의 근거없는 지역 비하 발언이다.

문제는 이런 발언이나 언급이 지역출신 정치인이나 유력 인사들 사이에서 거침없이 튀어나오는가 하면, 지역을 잘 알지 못하는 인사들조차도 그들의 영향으로 이런 말들을 당연시하며 오히려 즐기기까지 한다는 점이다.

본심을 잘 드러내지 않고 뒷말이 많다는 식의 발언은, 남이 잘 되는 것 못봐주고 끌어내린다거나 혹은 전국에서 투서가 가장 많다는 등의 근거없는 속설과 함께 충북을 깎아 내리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를 거리낌없이 입에 올리며 자신의 합리화에 급급한 인사들이 요즘 부쩍 눈에 띄고 있다,

실제로 세종시 수정안을 설득하기 위해 지역을 방문하는 정부 요인이나 일부 지역출신 정치인들이 이러한 지역 폄훼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으며, 마치 간신배 같은 처신을 한 것으로 알려져 분노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역 폄훼 발언도 정치인들의 행태인가 묻고 싶다.

심리학에선 이러한 현상을 상대와 자신의 주변을 깎아내림으로써 스스로의 차별성과 우월적 지위를 어필하려는, 이른바 소아병적 행태로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들은 다 그런데 나만큼은 아니라는 점을 은연중에 과시하려는 것으로, 이는 과거 주인에게 잘 보이려는 천박한 노예근성과도 다를 바 없다.

뜻있는 사람들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식의 속설을 예로 들며 자신을 내세우기 위해 남을 비하하는 등의 사회현상은 어느 곳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보편적인 현상인데도 유독 충북에만 강조돼 부정적으로 인용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투서 역시 인구를 비례할 때 충북이 가장 적다는 게 당국에 의해 공식적으로 확인되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그럴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문제는 평소에 그러한 언행을 일삼는 사람들이 지역을 이끄는 지도자들이라는 점이다. 치졸하기 짝이 없는 그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드러내기보다는 속으로 포용하고, 화려하게 생색내기보다는 단아함의 중용을 중시하는, 말 그대로 청풍명월 충북인의 순수함은 부러움과 추구의 대상이 될지언정 절대로 자학의 노리개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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