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서 불거진 '게리맨더링 논란'
청주서 불거진 '게리맨더링 논란'
  • 한인섭 기자
  • 승인 2010.01.1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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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한인섭 <사회부장>
국회가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광역의원 선거구가 조정되자 곳곳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전국적 현상인데 청주에서도 '게리맨더링 논란'이 불거졌다.

엊그제 박종룡 청주시의회 의원(한나라당·수곡1·2동,산남·분평동)이 자신의 지역구가 포함된 광역의원 선거구가 '게리맨더링식'으로 결정됐다는 주장을 내놓아 국회 의결의 적절성이 도마에 올랐다. 교과서나 퀴즈문제로나 접했을 법한 이 개념을 박 의원이 새삼 환기해 일반인들로서는 일면 흥미롭기도 할 것 같다.

박 의원이 문제삼은 지역은 국회의원 선거구로 보면 청주 흥덕갑 지역인데 분평동과 산남동을 왜 갈라 놓았냐는 주장이 핵심이다. 이 지역은 얼마전까지만해도 같은 행정동이었는데 신축 아파트가 늘어 나뉘어졌다. 하지만 아직도 산남동 지역 상당부분이 일반인들에게는 분평동으로 불리고, 주소도 그대로 사용한다. 상당수 상점이나 아파트 명칭 역시 앞에 '분평동'이라는 지명을 여전히 쓴다.

국회 의결에 앞서 충북도는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해서인지 산남동과 분평동을 하나의 선거구(광역의원 5선거구)로 하는 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국회는 지난해 12월 31일 분평동과 수곡1·2동을 광역의원 4선거구로, 산남동은 성화개신죽림동과 묶어 6선거구로 획정하는 안을 의결했다. 일반인들에게 이해관계가 없을 수도 있는 사안이지만, 관심있는 이들은 인구 편차가 큰 데다 생활권이 다른 낯선지역과 하나로 묶었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큰 모양이다. 선거구를 새로 나누다보면 일정한 이질감을 지닌 지역이 포함될 수도 있고, 인구수도 편차는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작은 지역의 정치구조와 선거구 획정 내용을 보면 '게리맨더링 요소'가 없다고 하긴 어려워 보인다. 민주당 오제세 국회의원 지역구인 흥덕갑 지역에는 같은당 소속 청주시의회 현역의원 2명이 있다. 충북도가 제출한 안대로 하면 민주당 시의원 2명이 같은선거구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큰데, 국회 의결 과정에서 사정이 달라져 2개 선거구에서 각각 출마할 수 있게 됐다는 게 박 의원의 주장이다. 특정의원에게 활로를 열어 주려는 결정이라는 것인데 타당성이 없어 보이지는 않는다.

"특정정당이나 정치인에게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멋대로 고치는 행위를 뜻하는데, 반대당이 강한 지역구를 억지로 분할하거나 자당에 유리한 지역적 기반을 결합시켜 당선을 도모한다"는 게리맨더링의 의미를 새삼 떠올릴 법하다.

유사한 사례는 많은 모양이다. 국회가 공직선거법을 개정한 후 광역자치단체들이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구성해 기초의원 선거구 조정에 나서자 경남, 광주, 강원 등 곳곳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의원정수 조정과 선거구별 인구편차 등을 놓고 옥신각신하고 있다.

충북도는 18일 첫 기초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를 열 예정이어서 논의가 본격화할 예정이고, 결과를 조례로 확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국회가 이미 확정한 광역의원 선거구 틀 안에서 다뤄야하는 탓에 논의 자체가 별의미를 지니기 어렵다. 이달말까지 획정안을 만들어야 하는데 일정상 의견수렴도 어려워 보인다. 충북도가 제출한 광역의원안이 변경됐지만, 담당자들이 언론보도를 보고 알았을 정도로 아예 의견수렴은 없었다고 한다. 박 의원이 문제삼은 것은 기초의원 선거구를 현실성있게 논의하자는 취지인데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전무해 보인다. 무늬만 지방자치라는 말이 또 나올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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