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새해 날씨가 몽땅 뿔났다!
지구촌 새해 날씨가 몽땅 뿔났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1.11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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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기자의 생태풍자
김성식 <생태전문기자>
새해 날씨가 뿔났다. 마치 새해업무가 시작되길 기다렸다는 듯이 기록적인 폭설에 한파까지 겹쳐 맹위를 떨치고 있다. 절기상 대한이 놀러와 얼어죽는다는 소한절기라 그런지 아주 본때를 보이고 있다. 단단히 혼쭐난 사람들은 아예 날씨가 미쳤다고까지 한다.

더욱 심각한 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지구촌 곳곳의 새해 날씨가 몽땅 뿔났다는 점이다. 동유럽 폴란드에선 폭설로 강물이 불어나 둑이 터지고 마을이 고립되는 등 한겨울 홍수로 수십명이 숨졌다. 또 좀처럼 영하권으로 떨어지지 않는 영국에선 30년만에 찾아온 한파와 잇딴 폭설로 온 나라가 얼어붙은 것을 비롯해 독일, 스위스, 네덜란드 등 거의 모든 유럽국가가 최악의 겨울날씨에 몸서리 치고 있다. 얼마나 추우면 유로스타가 두 번이나 멈췄을까.

미국도 마찬가지다.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강추위와 폭설이 계속되는 가운데 북동부의 버몬트주 벌링턴에는 80cm나 되는 폭설이 쏟아졌다. 중국은 더하다. 베이징에는 59년만의 폭설과 한파가 들이닥쳤고 북부지역 내몽골에는 무려 3m가 넘는 눈벼락으로 달리던 열차가 멈춰섰다.

더운 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1월 낮기온이 섭씨 25도를 오르내리는 인도에서는 새해 들어 짙은 구름과 안개가 끼면서 기온이 급강하 해 최소 100명이 얼어 죽었으며 이웃나라 방글라데시 역시 갑작스러운 한파로 수십명이 동사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100여년만의 폭설을 기록한 서울 등 중부지역을 포함해 거의 모든 지역이 말 그대로 소리없는 눈폭탄에 치를 떨었다. 엄청난 적설량도 그렇거니와 짧은 시간에 쏟아진 눈보라는 도로마다 수백, 수천톤씩 뿌려진 제설제를 무용지물로 만들었으며 시무식에 갈 길 바빴던 직장인들의 발길을 송두리째 마비시켰다. 웬만큼만 내렸어도 정초 서설(瑞雪)이니 복눈이니 해가며 반겼을 테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럴 겨를도 없었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너댓 시간을 걸어 고속도로를 탈출한 사람들을 두고, 졸지에 주저앉은 축사와 비닐하우스를 바라보며 망연자실해 하는 농민들을 두고 그 어찌 서설타령을 할 수 있었겠는가. 또 혹한에 식수난까지 겪는 사람들은 어떻고.

기온도 말이 아니다. 영하 10도는 보통이요 걸핏하면 -20~30도까지 내려가니 모두가 할 말을 잊었다. 아침에 쇠로 된 물건을 만지면 손이 쩍쩍 달라붙고 냇가 얼음판에선 찌렁찌렁 우는 소리가 난다. 얼다 못해 갈라지는 소리다. 방문틈새로는 삭막한 황소바람이 기어들고 바깥바람은 면도날처럼 쭈뼛하다.

겨울은 춥고 눈이 와야 제격이라고는 하지만 올핸 너무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겨울철만 되면 으레 이상난동이 찾아와 오히려 푹한 날씨를 걱정케 하더니만 올겨울엔 이상하리만큼 춥고 눈도 잦다. 왜 이럴까. 전문가 얘기를 종합하면, 극지방의 찬 공기덩어리를 감싸고 있는 제트기류, 즉 폴라캡(Polar cap)이 변형됐기 때문이란다. 다시 말해 동서로 흐르며 찬공기를 차단하던 폴라캡이 엘니뇨의 교란에 의해 약화되면서 유럽처럼 북풍이 심한 곳에선 찬공기를 더욱 부추겨 대륙을 얼어붙게 만들고, 동아시아처럼 남·북풍이 함께 발달하는 곳에선 남쪽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북쪽의 찬공기와 만나 폭설을 내리게 한다는 것이다.

전대미문의 현상이요 심각한 얘기다. 아무쪼록 작금에 일고 있는 전 지구촌의 기상이변이 부디 그 이상의 의미(예를 들어 세기말적 현상같은)를 띠지 않았으면 한다. 기우는 기우를 낳는다고 말 많은 '2012년'이 바로 코앞이기에 걱정돼서 하는 말이다.

어쨌거나 자연 앞에 인간은 한낱 미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절감케 하는 새해벽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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