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청원 통합과 '세종시 학습효과'
청주·청원 통합과 '세종시 학습효과'
  • 한인섭 기자
  • 승인 2010.01.06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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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한인섭 <사회부장>
잘돼가나 싶던 청원·청주 통합 추진에 또 변수가 나왔다. 청원군의회 의원들이 6일 한나라당 충북도당의 '공천 연계'입장에 대해 반발한 것인데 다시 주민투표 실시 요구로 귀결됐다. 한나라당 소속 군의원들은 탈당도 불사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남상우 청주시장이 한나라당 소속 청원군의회 의원들이 통합에 찬성했다는 요지의 발언 탓에 고발사태까지 빚었던 명분싸움은 또 다른 국면을 맞은 셈이다.

행정안전부는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여겨 조만간 의견을 물어 볼 생각이었는데 청원군의회는 대문을 닫아 걸고 '들어올 테면 들어와 봐라'는 식으로 토라졌다. 이달 중이면 통합 여부를 결정하려던 행안부의 계획에 차질이 발생한 것은 물론이다. 관련법 국회 상정과 처리 등 일정을 감안할 경우 군의회의 주장대로 주민투표를 하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청와대와 행안부, 청주시, 정치인들이 군의원들에 들인 공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다시 커졌다. 다른 한편으로는 통합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 명분싸움이 꼭지점에 이르러 '막판 타결 시점이 된 것 아니냐'는 긍정적 관측도 가능하다. 그러나 아직 군의원들의 퇴로를 열어 줄 '카드'가 될 만한 사안이 없다는 게 한계이다. '잘될 것이다. 물건너 갔다'라는 식의 억측만 여전히 분분할 뿐이다.

청원·청주 통합 문제와 맞물려 '세종시 학습효과'라는 말이 새삼 회자된다. 반대 단체에서 나온 소리인데 국회가 합의한 내용도 명분을 달아 바꾸는 판인데 재정 인센티브나 통합시 4개 구청을 청원군에 배치하겠다는 것을 과연 믿어야 하냐는 주장이다. 청원군과 바로 인접한 연기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덤덤하게 추이를 지켜보는 주민들에게도 설득력 있게 들릴 만하다. 세종시 문제가 결국 정부가 통합 모델로 삼고 싶어 한다는 청주·청원 통합에 부정적 본보기 역할을 하고 있는 꼴이다.

결국 통합 문제도 신뢰의 문제로 귀결된다. 반대단체나 군의원들 얘길 들어보면 섣불리 찬성했다가 청원군을 팔아 먹었다는 소릴 듣기 십상인데 신뢰할 만한 '카드'없이 괜한 모험을 할 수 없다고 한다. 6월 치러질 지방선거도 고려해야 하는데 역풍을 맞을 상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이들의 고민이다. 이들이 주민투표 하자며 어깃장을 내놓은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불신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판에 거론된 한나라당의 공천 문제 탓에 집단 탈당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그나마 정당 영향력에서 벗어나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한나라당 충북도당이 공천배제까지 거론하자 MB 정부 특유의 불도저식 추진 방식의 산물이 아니냐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행안부 역시 주민투표는 아예 고려하지 않는 방식을 택해 군의회가 받아들일 명분을 협소하게 했다. 최근에는 행안부와 한나라당의 통합 방식과 시점 등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데 기저에는 공다툼이 자리잡고 있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문제는 군의원들이 돌아서 줘야하는데 당사자들은 아직 믿지 못해 자세를 바꾸기 어렵다는 것이고, 결국 떡 버티는 자세를 취했다. 신뢰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며칠 후면 통합은 물건너갔다는 소리가 다시 나올 수밖에 없다. 누군가 자기희생적 태도를 취해 진정성을 보인다면 사정은 달라질 것 같은데 그렇지도 않아 보인다. 분명한 것은 책임론이 부각될 시점이 머지않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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