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위정경(扶危定傾),일로영일(一勞永逸)
부위정경(扶危定傾),일로영일(一勞永逸)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12.30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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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 <천안>
부위정경(扶危定傾). 위기를 맞아 잘못됨을 바로 잡고, 나라를 일으켜 세운다는 뜻이다.

주서(周書) 리기전(李基傳)에 나오는 말인데 원문은 "태조 부위정경, 위권진주"(太祖 扶危定傾, 威權震主)로 '태조가 위기를 맞아 나라를 안정시켜 그 위엄과 권위를 천하에 떨쳤다'는 말에서 유래했다.

연초 이명박 대통령이 신년 화두로 꺼낸 이 말대로 우리는 올해 온 국민이 죽을 힘을 다해 금융위기로 위기에 처한 나라를 일으켜 세웠다. 정경이라는 뜻이 기울어진 것을 바로잡았다는 뜻이니 대통령의 신년 화두가 예언처럼 이뤄진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고생들도 많이 했다. 실직자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서민들은 더 배를 곯아가며 버텼다. 자녀 학자금 걱정에, 먹을거리 걱정으로 우울증에 시달리며 자살한 사람도 부지기수다.

이런 가운데 한국 기업들의 선전은 눈부셨다. 대기업에서부터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동료를 거리로 내모는 구조조정의 아픔을 견뎌내며 분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달성했다. 정부의 발 빠른 지원 정책도 한몫했다. 재정 확대, 금리 인하, 세제 지원 정책 등을 펼쳐 기업들을 살리고 돈이 돌아가게 했다.

대통령의 부위정경은 연말 UAE 초대형 원전 수주의 쾌거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수주액만 무려 400억 달러(48조 원). 쏘나타 자동차를 100만대 수출한 것과 같은 성과라고 하니 우리로선 보통 경사가 아니다.

대통령은 비행기로 현지까지 날아가 잔칫상을 받았으며 프랑스 등 원전 선진국들을 부럽게 했다. 앞서 2010년 G20 정상회의도 유치했다. 이게 보통 회합인가. 신흥국으로서는 처음 우리나라에서 열리게 되는데 경제적 수익을 챙기게 됨은 물론이고 향후 우리가 세계 중심국으로서의 국격(國格)을 높이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슬픈 일도 많이 겪었다. 연초부터 용산 참사에 이어 노 전 대통령의 자살과 김 전 대통령의 서거, 나영이 사건 등 우리를 가슴 아프게 하는 일들이 잇따라 발생해 우리를 울렸다.

그것이 국익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를 떠나 정치권의 말 바꾸기로 온 국가가 바람잘 날 없이 국력을 소모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충청권의 화두였던 세종시 문제다. 국무총리의 발언으로 수면 위로 부상한 세종시 수정론은 단연 올해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수정안을 고수하는 정부와 반대하는 지방과의 대립의 결과는 다음 달 중순께 정부안 발표와 함께 서서히 방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절충안도 없이 '모 아니면 도'식으로 전개되는 양상에 둘 중 한쪽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것으로 보여 안타깝기만 하다. 세밑에 전개되는 예산 심의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짜증이 난다.

대통령이 준예산 편성을 운운했을 정도로 국회가 제 기능을 상실한 채 파행을 치닫는 것을 보면 아직도 정치는 멀었다. 공무원 봉급을 못 받는 사태까지 우려된다니 정치는 아직 후진국이다. 정치권이 새해에 더 분발해야 할 대목이다.

대통령이 신년 화두를 일로영일(一勞永逸)로 정했다. 올해의 부위정경에 이어 참으로 우리에게 잘 부합되는 성어다. 지금의 노고를 감내해 훗날 오랫동안 안락을 누리자는 얘긴데 그 의미가 거듭 곱씹어봐도 새롭다. 올해를 헤쳐나간 데 만족하지 말고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 내일을 기약하자는 얘기가 아닌가.

2009년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맞는 대한민국의 새해가 국민 모두 풍요로운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국민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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