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옭아맨' 곽영욱 진술, 법정서 인정될까
'한명숙 옭아맨' 곽영욱 진술, 법정서 인정될까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12.22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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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5만달러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되면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 진술의 신빙성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권오성)는 22일 한 전 총리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한 전 총리는 2006년 12월20일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곽 전 사장으로부터 "대한석탄공사 사장으로 임명될 수 있게 해달라"는 취지의 청탁과 함께 2만달러와 3만달러가 든 봉투 2개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으며, 한 전 총리는 이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과 한 전 총리 사이의 진실게임은 돈을 건넸다는 곽 전 사장의 진술 신빙성 여부 중심으로 치열한 법리싸움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법원은 뇌물죄의 유무죄 판단을 할 때 공여자 진술의 합리성과 일관성을 중요한 요소로 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 전 총리 측은 소환 조사 직후부터 "곽 전 사장 진술 신빙성이 의심된다"며 선공을 펼쳤다.

우선 한 전 총리 측은 대질 심문 당시 곽 전 사장의 발언과 행동을 근거로 공세를 펼쳤다. 한 전 총리 측에 따르면 곽 전 사장은 한 전 총리와 대질 심문이 진행되는 동안 진술을 수차례 번복하고 불분명한 답변을 했다.

당시 한 전 총리 변호인 자격으로 입회했던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곽 전 사장의 진술이 여러번 바뀌자 부장검사가 정확히 내용을 지시해주면서 확인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 측은 또 진술 자체의 신빙성 여부는 물론 검찰의 압박수사로 인한 허위 자백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이 의원과 교대로 검찰 조사 과정에 입회했던 송영길 민주당 최고위원은 "곽 전 사장은 이미 횡령죄로 구속된데다 건강까지 좋지 않아 병보석이 필요하다"며 "곽 전 사장이 '제가 검사님에게 이것 때문에 혼났다'는 말을 수차례 한 점을 봤을 때 진술이 강요된게 아닌가 강하게 의심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전 총리 측은 조사가 끝나갈 무렵 곽 전 사장이 느닷없이 "검사님, 저 죽을 지도 모릅니다. 저 좀 살려주십시오"라고 애원하는 모습에 주목, 현재 곽 전 사장이 정신적·체력적으로 대단히 비정상적이고, 뭔가에 쫓기는 듯 절박한 상황인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한 전 총리 측 변호인단은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이 부분을 쟁점화하면서 향후 재판에서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곽 전 사장에 대한 증인 심문에서 진술의 합리성과 일관성이 떨어지는 점을 집중적으로 지적, 한 전 총리의 무죄를 입증할 계획이다.

한 전 총리 측의 주장에 검찰은 공식적인 반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혐의입증에 자신있다는 반응이다. 곽 전 사장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것은 인정하지만, 충분한 시간에 걸쳐 꼼꼼하게 진술의 신빙성을 확보한만큼 향후 법정에서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곽 전 사장의 구체적 진술 외에도 여러 정황증거와 다양한 관련자 진술을 확보했고, 실제로 인사청탁이 이뤄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최근 석탄공사와 남동발전에 대한 압수수색도 실시, 사장 공모 관련 서류 일체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이 진술의 신빙성조차 의심되는 인물만 믿고 전 국무총리를 수사했겠냐"며 "향후 법정에서 (곽 전 사장 진술을 의심하는 등의) 모든 오해가 풀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편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를 만났다고 진술한 오찬 자리에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이었던 정세균 현 민주당 대표와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이 동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이 부분이 향후 재판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다.

검찰은 공기업 사장 자리를 원하던 곽 전 사장이 오찬 자리에서 직접적인 청탁을 하지 않았더라도 공기업 사장 선임에 영향력을 가진 산업자원부 장관 등이 동석한 사실만으로도 정황 증거가 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와 정 대표 등을 만난 2006년 12월20일은 석탄공사 사장 후보 응모 마감 6일 전이었고, 석탄공사는 2007년 1월 산업자원부에 곽 전 사장을 포함한 3명을 신임 사장으로 추천했다.

검찰은 또 곽 전 사장이 "(당시 오찬에서) 특정 기업을 지목하지 않았지만 '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취지의 (포괄적) 발언을 했다"는 진술도 확보, 이를 통해 청탁에 효과가 있었음을 강조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강 전 장관은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찬 당시 곽 전 사장 취직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고 검찰 주장을 반박했으며, 정 대표는 동석한 사실이 전혀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한 전 총리 측도 "정 대표 등이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며 "그 사실만으로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검찰과 한 전 총리 측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법조계 안팎에서도 향후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검찰 출신의 A 변호사는 "국무총리는 업무 특성상 국정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며 "돈이 전달됐다는 부분만 확실히 입증되면 실제로 한 전 총리가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더라도 뇌물죄가 성립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법조계 출신의 모 정치권 인사는 "결국 이 사건의 핵심은 곽 전 사장의 진술의 신빙성 여부에 달렸다"며 "곽 전 사장 상태가 워낙 불안정해 향후 상황을 쉽게 예단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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