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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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01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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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영혼(靈魂)이 타오르는 날이면가슴앓는 그대 정원(庭園)에서그대의온 밤내 뜨겁게 토해내는 피가 되어꽃으로 설 것이다.

그대라면내 허리를 잘리어도 좋으리.짙은 입김으로그대 가슴을 깁고바람 부는 곳으로 머리를 두면선 채로 잠이 들어도 좋을 것이다.

-‘기형도 전집’(문학과지성사) 중에서<감상노트>영화가 끝나기 전에 그는 극장을 나왔다.

사람들은 그 일을 ‘죽음’이라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누구와 맺은 언약도 없이 사라졌다고 소문을 흘리고 있었다.

그러나, 말이다.

그가 서른도 안 되어 죽었다면, 영혼이 타오르는 날에 피를 토하여 꽃으로 서겠다는 말 하겠는가? 그는 분명 바람 속에 먼지처럼 스며들었지만, 바람 부는 날이면 선 채로 잠들어 우리를 기억한다.

벗이여, 꽃이 한철이다.

그대를 잊을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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