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암살하려했다’ UN본부총기사건 스티브 김
‘박정희 암살하려했다’ UN본부총기사건 스티브 김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11.19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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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0월3일 오후. 유엔본부 철책을 한 50대 아시아 남성이 넘었다. 가방에서 유인물을 꺼내 공중에 뿌린 그는 스미스 웨손 357구경 권총으로 장전된 실탄 7발을 공중을 향해 난사했다. 그는 권총을 버린 후 경비 철책으로 다시 빠져나와 별다른 저항없이 미 국무부 소속 경호원과 뉴욕 경찰청 소속 형사들에게 체포되어 UN경비대에 신병이 인계됐다. UN 보안 담당인 마이클 맥캔은 "7발이 발사됐으며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7발 가운데 일부는 UN 건물의 18층과 20층을 맞춰 놀란 직원들이 응급조치를 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CNN은 긴급으로 이 사건을 세계에 타전했다. 유엔본부에서 총기 사건이 일어난 것은 처음 있는 일이고 9·11테러가 일어난 이듬해였기 때문에 뉴요커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7년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유엔본부 총기사건의 장본인은 한인 스티브 김 씨(65 김상후)였다. 당시 그는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방임하는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이 같은 깜짝 행동을 벌였다.

당시 사건으로 27개월 형을 선고받고 포트딕스 교도소에 수감됐던 김 씨는 2004년 출소했다. 18일 플러싱 등대교회에서는 스티브 김 씨와 그를 후원해온 한인들과의 특별한 만남이 있었다.

임형빈 한인원로자문회의 회장과 남신우 고문, 서병선 사무총장 등 후원회 관계자들과 만난 김 씨는 “뉴욕 한인사회가 탄원서를 제출하고 성금을 보내주는 등 관심을 보여준 것에 고마움을 느끼고 항상 보답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하지만 북한 얘기가 나오자 단호한 표정으로 “국민들의 인권을 철저히 무시하는 북한 정부는 나라라기보다는 폭력 집단에 가깝다”며 “북한의 만행을 잘 알면서도 전 세계 지도자들이 아무도 대응하지 않는 것에 대해 분노해 정신을 차리도록 상징적으로 유엔에 가서 7발의 총격을 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김 씨가 뿌린 유인물은 영어로 작성돼 북한 주민들이 기아와 독재에 시달리고 있다고 쓰여 있었다. CNN에 따르면 “그는 체포 직후 요원들에게 북한 주민들에 대한 정치적인 속박과 경제 폐해 및 기아에 대해 책임이 있는 북한의 김정일에 분노를 보이며 뼈만 앙상한 채 마루에 앉아 있는 북한 어린이를 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의 핵무기는 한국을 위협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비판하면서 북한 이슈에 대해 뉴욕 한인사회가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1945년 해방둥이인 그는 경북 달성에서 태어나 대구 대건고를 졸업하고 포병장교(소위)로 군 생활을 했다. 그가 북한의 인권 상황에만 분노했던 것은 아니다. 박정희 정권의 유신 독재에도 염증을 느껴 “사실 내가 박정희 대통령도 암살하려고 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에 전화해서 수류탄 2개만 주면 암살하겠다고 했다”고 털어놓았다.

김 씨는 수감 기간 동안 많은 것을 배웠고 특별한 대접을 받았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교도소에 수천 명이 있었지만 모두가 친절했고 ‘미스터 킴! 당신이 그런 일 하지 않았으면 누군가 그런 일 해야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외부 음식을 일주일에 한번 오더할 수 있는데 초콜렛이고 라면이고 아무 때나 오더해주고 교도관은 재소자를 본래 이름만 부르는데 나한테는 꼭 미스터 킴이라고 하더라. 재소자들도 언제나 미스터 킴으로 불렀고 TV 채널 돌릴 때도 바꿔도 되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그는 한인 동포들에게 “만일 누군가 미국에 와서 시민권까지 땄는데 왜 대한민국을 걱정하냐고 물으면 우리 음식 먹고 문화와 전통 자나깨나 따르고 부모 생각하는데, 감히 그런 말을 하면 되겠냐고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후원회 서병선 사무총장은 “김 선생처럼 민족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의인이 있다는 것은 한인 동포뿐만 아니라 인권 존중을 주장하는 이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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