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흥이
원흥이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11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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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작은 시작, 원흥이두꺼비 살리기 운동2003년 3월, 터사랑자연학교 친구들이 원흥이방죽을 찾았다.

넓은 들판이 연둣빛으로 막 물들어가던 그 때, 두꺼비들은 어린 숨결들을 방죽에 풀어 놓고 이미 구룡산으로 올라가고 난 뒤였다.

방죽 안에는 어린 두꺼비올챙이들만이 우무질 속에서 꼬물꼬물 세상과 첫 대면을 준비하고 있었다.

어린아이들의 눈망울에 비친 올챙이들의 몸짓은 곧 그들과 하나 되어 ‘원흥이방죽 두꺼비를 살려주세요’하고 목소리를 내게 했다.

이 작은 시작이 청주시민환경운동으로 확산되며 지금껏 끈질기게 생명운동으로 이어오고 있는 원흥이두꺼비살리기 운동이다.

지난한 운동의 시간 속에는 서명운동, 삼보일배, 단식과 삭발 등 다양한 방법으로 두꺼비살리기 운동을 펼쳤지만, 무엇보다도 생명에 대한 근원적 사랑이 시민의 힘으로 결집되어 나타난 생명사랑운동이다.

◇두꺼비 산란지를 가다산남지구에 위치한 원흥이방죽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이 날카로운 기계음과 커다란 장대처럼 박혀 있는 트레일러다.

볼 때마다 낯설지만 주변을 압도하는 풍경 속에서 아파트 건물들은 봄 새싹보다 더 빠르게 쑥쑥 올라간다.

이에 비하면 터줏대감이나 다름없는 원흥이방죽은 그것들과는 분리된 느린 걸음의 봄을 맞이하고 있다.

예년에 비해 불안정한 날씨였지만, 자연의 시계는 정확하다.

관찰에 따른 날짜 변동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두꺼비들은 낮 기온이 섭씨 10도 이상 5일간 계속되면 봄이 왔음을 알고 겨울잠에서 깨어난다.

그리고는 산란을 위해 원흥이방죽을 찾아온다.

올해도 3월 5일 두꺼비가 처음 관찰됐다.

주생태 통로 끝자락에서 원흥이방죽을 향해 걸어오는 두꺼비 4마리를 시작으로, 구룡산 자락 이곳저곳에서 출현됐다.

하지만, 두꺼비의 이동은 험난한 여정을 동반하고 있어 결코 녹록지 않은 신혼여행길이 됐다.

행여 있을지 모를 사고에 대비, 안전하게 방죽으로 갈 수 있도록 공사장 주변에 설치한 유도망과 개체수를 확인하기 위한 함정 설치는 두꺼비들에겐 큰 혼란이었을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가닥 희망을 건다면 완전히 바뀐 주변환경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원흥이방죽을 찾아온 두꺼비들이 반이상이었다는 사실이다.

두꺼비 생태에 관한 별다른 학술적 정립이 없는 상태에서 최선의 대안으로 선택한 두꺼비살리기 방안은 열악한 상황 속에서 진행됐다.

그리고 보름 동안 계속된 두꺼비 이동을 모니터링한 결과 총 264마리의 두꺼비들이 관찰됐다.

이는 지난 2004년 1000여마리, 2005년 500여마리가 원흥이방죽을 찾은 것에 비하면 개체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터널이 뚫린 지역에서 지난해에 100마리 이상 나타났던 두꺼비가 올해 10마리만 관찰된 점을 감안한다면 산란지외에 두꺼비 서식지가 훼손되어가고 있는 심각한 현실을 간과할 수 없는 실정이다.

사람을 위한 공간 확보 속에 몇 개의산이 포클레인 앞에 맥없이 무너져내리고, 겨우 남은 구룡산자락이 그들의 서식지이기 때문이다.

두꺼비가 출현하고 두 달이 지났다.

원흥이방죽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두꺼비올챙이들이 뒷다리를 내밀고 무리지어 유영하고 다닌다.

곧 앞다리가 생기면 물 속 생활도 청산하고 뭍으로 올라 작은 걸음으로 둥지 틀 구룡산으로 이동할 것이다.

이제 서식지 보존이란 명제를 두고, 산란지와 서식지를 연결고리로 한 원흥이두꺼비살리기운동은 구룡산 땅 한평 사기와 같은 제2의 시민운동의 확산이 절실히 요구된다.

생태공원에 대한 찬반 논란의 여지는 남아있지만, 원흥이방죽이 생태공원으로 만들어지고, 생태관 건립을 추진하는 등 체계적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속출될 원흥이의 또 다른 과제들은 많은 사람들의 몫으로 남겨질 것이다.

따라서 실패냐 성공이냐를 따지기 보다는 사람과 두꺼비의 공존이 가능한지의 여부가 시험대에 오른 지금, 더욱 관심있게 지켜보고 노력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연숙자기자yeaon@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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