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의 끝
욕심의 끝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9.09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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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으로 읽는 세상이야기
김귀룡 <충북대학교 인문대학 철학과 교수>
자연의 질서는 엄정하여 인간의 삿됨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우리의 마음도 자연의 질서를 따라서 작동한다. 앞서 인간의 욕심을 자연의 질서를 충실히 따르는 물에 비유한 적이 있다.

처음 일어나는 미세한 마음의 욕구가 깊은 계곡의 맑고 깨끗한 물이라면 우리가 어떤 대상에 대해 갈망하는 단계가 되면 보다 큰 계곡의 물처럼 도도하게 흐르고 욕심이 사나울 정도가 되면 걷잡을 수 없이 격하게 내리 쏟아지는 탁한 격류(激流)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마음이 특정의 대상에 쏠려서 스스로도 통제 불가능한 상태에 도달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기게 되어 있다.

그 욕심이 성적인 욕구라면 대상이 누구든지 상관없이 욕구충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된다.

그래서 청소년을 성적인 대상으로 삼는 청소년 성범죄도 발생하고, 돈을 주고라도 욕구 충족을 하고자 하면 성매매가 이루어지게 된다.

그 욕심이 명예나 권력, 돈에 쏠리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치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다 힘 있는 자리를 원하는 뻔뻔스러움도 불사하고, 범법행위를 해서라도 한 푼이라도 더 끌어 모으고자 하는 치사함도 불사하게 된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욕심의 끝이 없다는 데 있다. 공무원 사회를 예로 들자면 과장이 되면 국장이 되고 싶고 국장이 되면 차관이 되고 싶으며 차관이 되면 장관 자리가 욕심이 나고 장관이 되면 총리 자리를 노리게끔 되어 있는 것이 욕심이 흘러가는 방향이다.

이성을 향한 욕구가 충족이 되면 보다 예쁘고 멋진 이성을 바라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그래서 욕심 채우는 일을 갈증 해소를 위해 바닷물 마시는 일에 비유한다. 바닷물은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이 더 심해진다.

사람의 욕심도 이와 같아서 채우면 채울수록 더 큰 욕심이 생기게 되어 있다. 욕심이 클수록 인생사에는 무리가 따르게 되어 있고 그래서 큰 욕심을 가진 사람은 큰 도둑, 큰 사기꾼이 되는 법이다.

우리의 선현(先賢)들은 이와 같은 욕심의 말로를 잘 알기에 욕심을 자제하라고 가르쳐 왔다.

만족했으면 멈출 줄 아는 것(知足願云止)이 현명한 사람의 마음 씀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점을 모르지 않는다. 그렇지만 알면서도 끊임없이 욕심을 부리게 되어 있는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끊임없는 욕심에 시달리지 않을 수 없는데 그 욕심을 따라가다 보면 궁극에 가서는 파국에 이를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 마음의 일상적 흐름이다.

자신이 죽을 줄 알면서도 불로 뛰어드는 부나비의 행태와 욕심을 부리는 사람의 마음은 다르지 않다. 이런 점에서 사람의 마음은 그냥 놔두면 비극적 운명에 봉착하게 된다.

이 같은 파국을 피하려면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데 마음을 다스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욕심의 끝이 파국이라면 욕심을 일으키지 않으면 될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욕심을 일으키지 않는 것은 욕심을 다스리는 법이 아니다.

마음에 무언가가 일어나지 않으면 다스릴 대상이 없어서 마음이 다스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 안에 미세한 욕구를 일으켜 놔야만 마음을 다스릴 빌미가 생긴다. 마음을 다스리려면 욕구를 일으켜야 하고, 욕구가 일어나면 파국으로 치닫게 되어 있는 역설이 인간이 풀어야 할 문제이다.

이런 문제 상황을 비유하자면 유리병도 깨지 않고 새도 죽이지 않으면서 유리병에 갇힌 새를 꺼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할까

둘 중에 한 길을 갈 수밖에 없는데 어느 길로 가도 문제가 일어나게 되어 있는 것이 인생사이다.

궁극적 반성을 통해 보면 인간의 처지는 참으로 곤궁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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