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위기와 신종 플루
국가위기와 신종 플루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8.25 22: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재은의 위기시대 위기관리론
이재은<충북대 행정학과교수>
국가위기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국가위기 하면 많은 사람들은 전쟁이나 테러, 무력 충돌, 핵전쟁 등을 떠올리곤 한다. 2000년대 이전에는 국가위기를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맞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2001년 9·11테러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9·11 테러 이전까지는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전통적 안보(conventional security) 개념하에서 국가위기를 다뤘다. 즉 전통적 안전보장을 위협하는 요소를 국가위기로 봤던 것이다. 그러나 9.11 테러 이후 안보의 개념은 포괄적 안보(comprehensive security)로 전환됐고, 이에 따라 국가위기의 개념 또한 함께 바뀌었다.

포괄적 안보는 과거의 전통적인 안보 개념이 보다 확장된 개념으로 크게 네 가지 구성요소로 이뤄져 있다. 우선, 과거부터 중요한 것으로 인식되어 왔던 전통적 안보 개념이 여전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둘째, 국민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지키는 것이 곧 우리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라는 환경안보(environmental security) 개념이다. 셋째, 국민의 일상생활을 영위하게 하고 유지시켜주는 경제 안보(economic security) 또한 중요한 요소로 들어가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 자신의 생명과 건강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보는 인간 안보(human security)다. 전통적 안보, 환경 안보, 경제 안보, 그리고 인간 안보를 위협하는 요소, 그것이 바로 국가위기인 것이다.

이 중에서도 인간 안보를 위협하는 요소는 다양하고도 포괄적으로 나타난다. 태풍, 홍수, 집중호우, 지진, 쓰나미와 같은 자연재난이나 화재, 붕괴, 폭발, 침몰, 추락 등과 같은 인적재난은 물론이고 사스(SARS), 조류 인플루엔자(AI), 광우병, 최근에 확산되고 있는 신종 플루 역시 인간 안보를 위협하는 국가위기인 것이다.

20세기 초에 전 세계에 걸쳐 2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스페인 독감도 인간 안보를 위협하는 국가위기였던 것이다.

최근에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공포를 몰고 오는 신종 플루 역시 분명한 국가위기이다. 이런 국가위기의 위협으로부터 우리 지역도 예외일 수는 없다.

우리 지역의 경우에도 신종 플루 환자가 50명을 넘어 급속하게 확산되면서 그동안의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해외여행을 하지 않은 지역사회 내부 감염자가 다수 발생했다는 데 있다.

신종 플루는 현실로 다가온 국가위기이기에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시행해야 한다.

첫째, 초·중·고는 물론 대학까지 포함하는 각급 학교에서는 실질적인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공문 이첩 하달을 통한 형식적인 조사나 일회성 조사만으로 그쳐서는 문제해결이 되지 못한다.

둘째, 언론 보도는 물론 교사들에 의한 신종 플루 증상을 정확하게 소개하고 가정에서의 예방조치 사항은 물론 환자 발생시 조치 사항 등을 알려줘야 한다.

셋째, 집회 등 단체 활동이나 대규모 군중 모임을 가급적 자제하도록 권고해야 한다. 전염성이 강한 질병의 경우에는 단체 활동을 하는 경우에 더욱 쉽게 전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종 플루와 같은 전염병은 다수의 군중이 모여 있는 곳에서는 한 사람의 감염자로 인해 다수가 동시에 전염될 수 있다. 그 경우에는 확산속도가 급속도로 빨리 진행되기 때문에 더욱 위험성이 크다.

적어도 신종 플루가 진정될 때까지만이라도 해외여행을 자제해야 함은 물론이고 부득이하게 종교 활동이나 문화생활 등을 하는 경우에도 신종 플루 예방 조치가 충분히 취해진 상황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넷째,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는 신종 플루 환자가 다수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백신 확보는 물론이고 환자를 안전하게 격리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확보해야 한다.

이제 신종 플루는 현실로 다가온 위기이기에 예방이나 대비 차원이 아니라 대응 차원에서 실질적인 조치와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