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이 거룩해질 수 있다
내 삶이 거룩해질 수 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8.24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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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백영기 <쌍샘자연교회 담임목사>
얼마 전 아버님이랑 옥수수를 따서 껍질을 벗겨 내고 있는데 아버님의 말씀이 옥수수는 수염으로 숨을 쉰다고 하시고, 옥수수 알갱이만큼 옥수수의 수염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동안 참 많은 옥수수를 먹었지만, 처음으로 듣는 이야기였다.

옥수수를 하나 잡아 찬찬히 살펴보았다. 옥수수의 알맹이를 싸고 있는 껍질이 몇 개나 될까 궁금해서 하나씩 벗겨보았다. 놀랍게도 열서너 겹씩으로 옥수수의 낱알을 지키고 있는 게 아닌가. 잘 벗겨보니 실제로 옥수수의 수염이 옥수수 틈새로 골고루 흩어져 연결되어 있었다.

어쩌면 이렇게 가지런히 알이 박혀 있는지 재미도 있고 신기하다. 그동안 정신없이 먹기만 했지 옥수수를 제대로 살펴보지를 않았던 것이다. 껍질을 벗기고 대략 옥수수의 낱알을 세어보니 수백 개였고 그 이상 되는 것도 있다. 아무리 작은 것도 최소한 백여 알은 되는 것 같았다. 심을 때는 분명 두세 알 심었는데 옥수수의 대공(줄기)은 어느새 훌쩍 자랐고 그 줄기 하나에 많으면 세 개 적어도 두 개는 달렸다. 엄청난 수확이 아닌가, 농사가 제값(노력하여 얻은 수고의 값)만 받는다면 이건 정말 괜찮은 일이고 신나는 일이고, 돈도 되는 일인데, 지금은 전혀 그런 실정이 아니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렇게 한두 알의 옥수수 낱알이 땅에 심겨져서 열매를 맺으면 그건 누구에게로 가는가, 옥수수 자신에게 이로운 것은 뭐고 그에게 남는 것은 뭔가, 아무리 생각해도 옥수수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것은 없는 것 같다. 먹음직스럽게 잘 키워낸 옥수수는 심은 사람이 가져다가 먹든지 아니면 짐승(동물)들의 먹이가 되겠지, 그것이 옥수수의 운명이고 삶이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옥수수가 거룩해 보였다. 이게 하나님의 섭리이고 은총이 아니겠는가.

요즘은 돈이 안 된다고 농사를 버리는 사람이 많다. 농촌에 가보면 점점 노는 땅이 늘어나고 있다. 농사는 돈벌이가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생명행위이다. 도시의 사람들은 돈이 되는가, 이익이 되는가 따져보고는 그게 안 되면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해도 심지 않지만, 진짜 농민들은 좀 다르다. 땅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무얼 심는다. 돈의 가치를 떠나서 그것이 기본이고 살아가는 중심이 되기 때문이다.

'돈 몇 푼 주고 사 먹으면 되지.' 우리는 그런 마음이 아니면 좋겠다. 하나님께서 얼마나 놀랍고 귀한 선물과 복을 주시는가, 할 수만 있다면 씨를 뿌리고 잘 가꾸어야 한다. 콩알 하나에 우주가 들어 있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무심히 지나친 자연의 모든 것들을 관심을 가지고 다시 한 번 주의 깊게 바라보라. 그 모든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될 것이다. 한낱 옥수수가 거룩하다면 우리들은 어떨까

이 세상에는 속된 것도 많지만 거룩한 것도 많다. 그것은 처음부터 성속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선택해 갈 수 있는 것이다. 자기의 숨을 제대로 쉬면서 제 삶을 사는 것은 모두가 거룩하다. 더 나아가 자기를 희생할 줄 알고 바른길을 간다면 이는 참으로 고귀한 생이 아닐 수 없다

한 해에 전직 대통령 두 분을 잃은 우리 국민이 안쓰럽다. 그것도 이 땅의 민주와 통일을 위해 자신들의 마땅한 권리와 이익을 내던지신 분이었기에 더욱 그러하다. 당연한 것만 해도 훌륭하다고 인정받을 수 있는 세상에서 그 이상의 삶을 살아간 분들이기에 우리는 스스로 고개를 숙이는 것이다. 내 삶도 거룩해질 수 있다는 것을 오늘을 사는 우리들 모두가 마음에 간직하며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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