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목련
백목련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10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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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면 나는 먹물 묻히러 고인쇄박물관 광장으로 간다.

한국공예관이 주관하는 청소년문화 존 행사 중 직지 금속활자와 목판인쇄 체험 담당을 우리 직지문화연구원에서 맡아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15일부터 시작해서 오는 10월말까지 진행되는 이 행사는 도자기 공예, 한지 공예 그 외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어 사람들의 발길을 머무르게 한다.

행사 첫날은 금속활자 전수 조교인 임인호 선생님의 금속활자 주조 과정 시연이 있었다.

처음 접해보는 시연인지라 모두들 신기해하였고, 선생님의 자상한 설명을 메모지에 꼼꼼히 적는 사람도 보이고 아이와 함께 온 부모님들은 장면 장면들을 놓칠세라 열심히 셔터를 눌러댄다.

괴산에 있는 선생님 작업실에서 한 차례 시연을 보고 온 터라 늦게 온 사람에겐 부연설명까지 해 줄 수 있었다.

옆에 있는 탁자 위에 금속활자 직지와 훈민정음 한글 목판을 올려놓고 아이들에게 충분한 체험이 될 수 있게 열심히 아는 대로 설명해 주었다.

처음엔 옷에 먹물이 묻을까봐 조심스러워 하던 아이들도 내 옷이며, 손, 심지어 내 얼굴 여기저기에 먹물이 튄 모습을 보고 손뼉까지 쳐가며 깔깔댄다.

우르르 몰려드는 아이들을 한 줄로 세우고 활자 판위에 먹물을 바르게 한 후 그 위에 한지를 올리고 문지른 다음 떼어내어 직지 간기에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만들었다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 주었더니 청주에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는 아이들의 앞날이 밝아 보인다.

비록 인쇄방법이 서툴러서 잘 찍혀 나오지 않았어도 한 장 한 장 정성들여 자신이 만든 것을 가지고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직지를 알리는데 더욱더 힘써야 되겠구나 생각한다.

며칠 전 모 TV 프로에서 청주 시민을 대상으로 직지 간행년도를 묻는 장면을 본 적이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아는 사람이 극소수에 불과했다.

직지에 대해서 모르시는 분은 이번 주말에 고인쇄박물관 광장으로 오면 좋겠다.

인쇄 체험도 하고 청주의 자랑이자 세계 속의 직지가 1377년 고려 우왕 3년에 청주의 흥덕사, 지금의 고인쇄박물관 자리에서 금속활자로 인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집으로 오면서 다리도 아프고 감기 탓에 목도 많이 부어 힘든 하루였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직지를 알리는데 노력해야 한다는 것과 그러기에는 내 자신이 부단히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그것이 직지문화연구원의 몫이며, 우리 모두의 숙제가 아닐까 되짚어 보며 다음 주말에도 어김없이 나는 먹물 묻히러 고인쇄박물관으로 갈 것이다.

/여백회원·직지문화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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