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사태 남의 일이 아니다
쌍용차사태 남의 일이 아니다
  • 이재경 기자
  • 승인 2009.07.29 2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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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 <천안>
매년 상방향으로 치닫던 충남 천안시의 인구 증가 추이가 내림세로 꺾였다. 무려 17년 만의 일이다. 29일 천안시에 따르면 천안의 인구는 지난 1991년 32만1000명에서 이듬해 29만4000명으로 줄어든 뒤 올해 상반기 통계에서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아직 상반기 통계라 연말까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이대로라면 연말까지 증가세로 돌아서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놀라운 것은 인구가 줄어든 직접적 원인이 삼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천안에 있는 삼성그룹 계열 직원들이 탕정에 준공된 아파트 단지로 대거 입주하면서 인구가 수천명이 아산으로 빠져나갔다. 이 아파트는 삼성이 직원용으로 지은 것으로 2000세대가 넘는다. 가구당 3명꼴로 잡아도 천안에서 살던 5000여명 정도가 이 아파트로 이주한 것이다.

천안과 아산에는 삼성의 다섯 곳의 대형 사업장이 있다.

과거 이들 사업장의 삼성 직원들은 자녀 교육이나 생활 여건 때문에 상대적으로 문화시설이나 교육여건이 우수한 천안에서 살았다. 그러다 올해 사원용 아파트로 지어진 '트라팰리스'가 준공되면서 대거 아산으로 이사를 했다.

갑자기 답답해진 곳이 천안의 신시가지인 두정동 상가 지역이다. 저녁이면 삼성직원들의 회식 장소로, 여가 공간으로 발 디딜 틈 없도록 북적이던 상가가 경기 침체에다 삼성맨들의 집단 이주로 돌연 썰렁해졌다.

삼성의 두 곳 천안사업장 인근의 아파트 단지에도 빈집이 늘어났다. 전세로 살던 삼성맨들이 새집을 분양받아 이사를 하면서 집을 내놓자 집주인들이 전세금을 깎아주면서까지 새 입주자를 받았다.

침체된 두정동 상가 상인들이 단골 삼성맨들이 찾던 때를 그리며 '아, 옛날이여~'를 되뇌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인다.

요즘 천안과 바로 이웃한 평택이 쌍용차 때문에 어수선하다. 아니, 난리가 난 지경이다. 파업으로 인한 장기 불황에다 이젠 민심까지 갈라져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노·사 양측의 대립이 노·사 양측 가정의 대립으로까지 사회 문제화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이웃한 천안과 아산 지역도 후폭풍을 맞고 있다. 천안과 아산에서 가동 중인 쌍용차 협력업체들이 공장 가동을 멈춰버린 것이다. 노동부 천안고용지원센터에 실업급여 신청자가 근래 들어 쇄도하고 있다는 것만 봐도 그 속사정이 뻔하다.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으니 쌍용차 협력업체에 몸담았던 직원들로선 상경기를 걱정하는 자영업자들의 처지가 되레 부럽기까지 할 터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방자치단체들은 속수무책이다.

회사 내부의 문제, 정부가 나서야 할 사안이라고 얘길 하면 할 말은 없겠지만, 손을 놓고 있는 모습이 그리 탐탁지가 않다.

고작 경영안정자금 지원 알선-그것도 담보 제공이 따라야 하는- 등 늘 해오던 일 말고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한 지역에 존재하던 기업이 문을 닫았다 함은 그 지역의 성장 동력군의 하나가 멈춰선 것이다.

앞서 얘기한 삼성맨들의 '엑소더스'가 천안 지역 상가에 심각한 영향을 끼쳤던 것이 그 단적인 예다. 기업들의 심각한 변동 상황, 그것도 문을 닫는 정도까지의 사태를 알면서도 지원책을 강구하기는커녕, 실태 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지자체의 모습들이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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