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사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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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7.08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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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정의 소비자 살롱
유현정 <충북대 소비자학과 교수>
   지난 2주간 공무 국외출장을 두 군데 다녀왔다.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현재의 경제교류 측면에서나 가장 가까울 수밖에 없는 두 나라, 중국과 일본을 오가며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먼저 본 북경의 모습은 중국이 과연 사회주의 국가가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놀랍고 화려했다. 현재진행형으로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엄청난 규모에 놀라울 뿐이었다.

북경시내의 초고층 아파트값을 물어보니 서울 중심가의 아파트값에 육박하였다. 어느새 달러를 가장 많이 보유한 가장 영향력 강한 나라가 되어버린 중국.

그러나 그 호화로움의 아래 아이를 안고 관광객에게 구걸하는 젊은 아낙네, 클랙슨을 울리며 보행자를 위협하는 벤츠, 렉서스 등 서구 자본주의의 표상들,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노골적으로 호객행위를 하는 많은 판매자들은 아직 성숙하지 못한 중국경제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귀국한 다음날 우리는 어이없는 기사 하나를 접했다. 상하이시 민항구 한 아파트 건설공사장에서 13층 아파트가 기둥 뿌리째 쓰러지며 공사 중이던 인부 1명이 숨졌다는 것이다.

정확한 사고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가운데 공사 현장의 지반이 약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이에 따른 사고일 가능성이 크다고 하니 정말 어이없을 뿐이다.

이틀 뒤 학회차 방문한 일본은 놀라울 정도로 한적하고 고즈넉했다. 야마구치라는 시골의 작은 마을이었기에 그러했겠지만 여기가 세계경제 한자락을 쥐락펴락한다는 일본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소박했고, 사람들은 겸손했다. 거리는 조용하고 한산했으며,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상점홍보를 위한 현수막이나 대형풍선, 홍보도우미, 그리고 시끄러운 음악소리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밤 늦은시간까지 영업을 하는 곳도 많지 않았지만 늦은시간 어울려다니는 사람들의 무리도 없었다. 이렇게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살면서 시계에서 제일 비싼 생계비를 감당하고 사는 소박한 사람들. 이 역시 놀라웠다.

한편 충북민생경제살리기운동은 24시간 영업과 기업형 슈퍼마켓(SSM) 확장 전략을 고수하고 있는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와 전면전을 선언한 뒤 재래시장과 중소상인들의 철시와 대규모 규탄집회, 사업자등록증 반납운동도 불사까지 이야기 되는 등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느끼는 신기한 인상은 과연 무엇일까 언젠가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24시간 영업이 어찌 그리 많냐는 것이었다. 밤을 잊고 일하는 사람들, 그렇게 벌어서 밤새 쓰고 즐기는 사람들, 그러기 위해 또 밤새 일해야 하는 사람들. 조금 천천히 벌고, 조금 적게 쓰고, 조금만 목소리 낮추고, 주변을 둘러보며 살 수는 없을까.

행복 그놈은 꼭 크고 넓은 집에만 사는게 아닐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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