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병천 순대왕
62. 병천 순대왕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7.08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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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820>
수신 왕비에게 금화주머니를 선물받는 비밀

글 리징 이 상 훈

"왕비님! 그 점에 관해선 아무 염려 마십시오. 저의 부족함이나 부실함으로 인하여 어떠한 벌칙이 저에게 내려진다 할지라도 이 몸은 기꺼이 맞이할 각오가 단단히 되어 있사옵니다."

"그럼, 내게 실제 행동으로 한 번 보여라. 본디 말이 많은 자는 행동 면에 있어서."

수신 왕비가 다음 말을 막 잇기도 전에 갑자기 두 눈이 부실 정도로 환한 섬광이 번쩍 지나쳐 갔고, 곧이어 사람의 귀청을 찢어놓을 듯 쾅! 하는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머! 이게 뭔 소리야"

수신 왕비가 깜짝 놀라 외쳤다.

"천둥 번개가 내리치는 소리 같사옵니다. 아까 제가 이곳에 올 때쯤에 날씨가 몹시 꾸물거렸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비가 쏟아질 모양입니다. 그러나 오랜 가뭄을 적시는 고마운 비이오니 왕비님께서는 그리 괘념치 마시옵소서."

그러나 안심시키려는 비밀의 말에도 수신 왕비는 여전히 걱정되는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천둥과 번개가 치고 나자 갑자기 주위 사방이 어둑어둑해지더니 후드득 후드득 지붕과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왕비님! 감축 드리옵니다. 제 생각건대, 지금 남녀 정상(頂上)의 만남을 하늘에서 축복해 주려는 것 같사옵니다. 날벼락이 치고 별안간 천둥소리가 울려 나온다면 뭔가 예사롭지 않은 일 아니겠습니까 아무튼 오랜 가뭄을 적시는 빗줄기가 쏟아지고 있으니 이것보다 더 시원한 축복은 없을 것이옵니다."

비밀은 혹시라도 수신 왕비의 맘이 갑자기 변해질까 두려운지 자기 아래 그것을 한 손으로 단단히 움켜잡아 쥔 채로 슬금슬금 왕비에게로 다가서며 말했다.

"으음. 딴은 그렇다. 자, 그럼 너는 어서 빨리 남녀 간의 정상급 만남을 주선하여 보아라! 그런데 앞에서 말했듯이 만남을 주선한답시고 네 그걸로 내 귀한 걸 함부로 대하던지 하는 경우엔 내가 결코 가만두지 않을 것이니라."

수신 왕비는 이렇게 말하며 자기 두 손으로 꼭 감싸 쥐고 있던 두 젖가슴을 활짝 드러내 보였다. 그러자 비밀은 주저앉고 남녀 간의 최정상 대면(對面)을 주선하였는데, 이들이 어떤 식으로 만남이 이루어졌고 또 어떤 식으로 비밀이 벌을 받게 되었는지는 너무나 ??상식에 준하는 지라 구태여 설명을 하지 않을 것이다.

한참 시간이 흐르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비밀은 욕탕 문을 열고 나왔는데 그의 얼굴에는 쌍코피가 서너 차례 터지고 난 흔적이 보였고, 가만히 서있기조차 힘이 들어 보일 정도로 그의 두 다리는 몹시 후들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런 그의 두 손에 두툼한 금화주머니가 한 개 들려있었으니. 이것은 수신 왕비가 염치에게 주려고 진작부터 준비해 놓았던 바로 그 문제의 금화주머니였다. 실제 그 속을 열어보면 금화 몇 개 이외엔 모두 돌멩이로 가득 들어차 있지만 어쨌든 중요한 것은 비밀이 수신 왕비로부터 그걸 선물로 얻었다는 사실일 것이다.

"비밀! 왕비님께 얼마나 열심히 안마를 해드렸기에 지금 그런 꼴이 되었는가 비밀! 그렇게 망가진 몸으로 집에 돌아갈 수 있겠소 더군다나 지금 비가 억수로 내리고 있는데."

가전이 자기 딴엔 무척 안쓰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비라도 그친 다음에 돌아갈 것을 은근히 권유했다. 그러자 비밀은 고개를 세차게 옆으로 흔들며 대답했다.

"안전관님! 아무 염려 마십시오. 제가 집에 가서 이것저것 정리를 하고 깨끗이 마무리를 해놓아야만 안심하고 제가 돌아와 여러분들과 함께 수신 왕비님을 모시고 병천국에 들어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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